朴대통령, 비핵화 전제 없는 대북 3대 제안

입력 2014-03-29 02:20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통일 독일’의 상징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통일 한국’ 청사진이 담긴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남북 공동번영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대적인 인적 교류 등 비핵화 전제 없는 3가지 제안이 담겼다. 아울러 북핵 포기 시 북한의 안보 우려까지 다룰 수 있는 동북아 다자 안보협의체를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박 대통령은 독일 5대 명문 공과대학 가운데 하나인 드레스덴 공대에서 정치법률 분야 명예박사학위를 수여받은 뒤 행한 답례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드레스덴 선언은 올해 초 자신이 꺼낸 ‘통일 대박론’을 뒷받침하는 조치이자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 방법론으로 해석된다. 요컨대 인도적 문제와 공동번영 인프라 구축, 동질성 회복을 위한 교류 등 낮은 단계의 ‘신뢰 쌓기’는 비핵화 전제 없이, 대규모 경제지원 등 높은 단계의 신뢰 쌓기는 비핵화를 전제로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통일된 나라에서 같이 살아갈 남북한 주민이 서로를 이해하고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앞으로 북한과 협의해 나가고 국제적십자위원회 등 국제기관과도 필요한 협의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유엔과 함께 북한의 산모와 유아를 지원하는 ‘모자 패키지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 지역 농업 축산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 조성을 위해 남북한이 힘을 합치자”면서 “교통 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이 한국에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과의 농업·산림사업 등을 위해 독일과 유럽의 비정부기구(NGO), 유엔,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의 지원과 협력을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이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이 원한다면 경제특구 개발 경험을 공유하고 금융·조세 관리, 통계 등에 대한 교육·훈련도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대규모 경제 지원에 관해서는 “먼저 북한이 하루 빨리 비핵화로 나가야 한다. 핵을 버리는 결단을 한다면 이에 상응해 국제금융기구 가입과 국제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해 기존의 ‘선(先) 핵 포기, 후(後) 지원’ 스탠스를 고수했다.

마지막으로 박 대통령은 “독일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었듯 한국의 통일도 역사적 필연이라 확신한다”며 “통독 직후 ‘우리는 한 민족(Wir sind ein Volk)’이라고 외치던 동서독 주민들의 뜨거운 함성이 평화통일의 날 한반도에서도 꼭 울려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드레스덴=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