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독일 방문] 50년 전 아버지는 격려의 손 “감사합니다”… 딸은 報恩의 손

입력 2014-03-29 04:01 수정 2014-03-29 15:07

프랑크푸르트서 파독 광부·간호사 등 동포들과 만찬

박근혜 대통령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꼭 반세기 전 맞잡은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손을 다시 잡았다. 50년 전 박 전 대통령과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회한과 서러움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번 박 대통령과 파독 광부·간호사들의 만남에서는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국가의 초석을 다졌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박 대통령은 특별한 ‘보은(報恩)’을 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에서 파독 광부·간호사가 포함된 독일 동포 만찬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에는 파독 광부·간호사 출신인 하성철 베를린 한인회장, 노미자 재독한인간호협회장 등 동포 150여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를 위해 베를린 2박3일, 드레스덴 1박2일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도 귀국길에 5시간30분 동안의 프랑크푸르트 일정을 일부러 잡았다.

박 대통령은 조국 근대화를 기필코 이룩하려 했던 선친(先親)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파독 광부·간호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 인사말에서 “50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아버지(박 전 대통령)께서 경제개발을 위한 종자돈을 빌리기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분들과 만나 애국가를 부르며 함께 눈물을 흘렸던 일화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가슴 속에 깊이 남아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여기 계신 동포 1세대이신 파독 광부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여러분은 땀과 눈물로 조국 근대화의 초석을 만들어주셨다”며 “여러분의 피와 땀이 묻은 돈을 송금해주신 것이 조국의 산업을 일으키는 종자돈이 됐고, 근면하고 정직하게 묵묵히 일하는 여러분의 모습은 세계 속에서 대한민국의 이미지까지 바꿔놓았다”고 치하했다. 또 “이런 여러분의 노력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디딤돌이 됐고 오늘날 대한민국의 번영을 만든 출발점이 됐다”며 “지난 세월 여러분께서 보내주셨던 헌신과 희생에 모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하기에 앞서 드레스덴의 한 호텔에서 1960∼70년대 독일에 파견돼 활동한 광부와 간호사 각각 9명씩을 만나 고국 발전에 기여했음을 치하하고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위로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체류 나흘째인 1964년 12월 10일 독일 북서부 루르 지방에 있는 함보른 광산을 찾았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나라가 못 살아 여러분이 이국땅 지하에서 이런 고생을 한다. 이게 무슨 꼴인가. 내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 우리 생전에 이룩하지 못하더라도 후손들에게 잘사는 나라를 물려주자”고 울먹였다. 옆에 있던 육영수 여사도 연신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았고, 300여명의 광부와 한복을 입은 50여명의 간호사들도 모두 눈시울을 적셨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선창으로 시작된 애국가 합창은 후렴구에 이르러 흐느낌과 통곡으로 변했다.

파독 광부·간호사들은 최빈국 시절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경제성장의 씨앗을 뿌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1963년부터 1976년까지 독일로 떠난 광부와 간호사는 총 1만8993명(광부 7936명, 간호사 1만1057명)이었다. 이들은 당시 박 전 대통령과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전 서독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차관 1억5000만 마르크(약 3500만 달러)의 담보이기도 했다. 파독 광부·간호사들이 1965년부터 10년간 고국에 송금한 외화는 총 1억153만 달러로 당시 국내 총 수출액의 1.6∼1.9%나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