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넘치는 시진핑 “중국은 이미 깨어난 사자”
입력 2014-03-29 02:29
유럽을 순방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은 이미 깨어난 사자”라고 공언했다.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중국·프랑스 수교 50주년 기념대회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서다. 주요 2개국(G2) 지위에 오른 데 이어 거침없이 질주하는 중국의 자신감이 진하게 배어 있는 화법이다.
그는 이어 “이 사자는 평화롭고 정답고 문명적인 사자”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표현은 나폴레옹이 “중국은 깊이 잠든 사자다. 그러나 이 사자가 잠에서 깨면 전 세계가 두려움에 떨 것”이라고 한 말에 빗댄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상황이 어려울 때는 홀로 수양하는 데 주력하고 능력이 되면 천하를 선하게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궁즉독선기신 달즉겸선천하)”는 ‘맹자’에 나오는 표현을 인용했다.
그는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것은 세계인에게 위협이 아니라 기회를, 혼란이 아니라 평화를, 퇴보가 아니라 진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중국의 꿈은 세계의 꿈을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은 이제 세계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는 뜻이다.
시 주석은 양국 수교 50주년을 공자가 말한 ‘지천명(知天命)’에 비유하면서 “서로 높은 곳에서 멀리 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름이 시야를 가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송나라 시인 왕안석(王安石)의 시 ‘등비래봉(登飛來峰)’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노자 공자 묵자 맹자 장자 등 중국의 사상가를 일일이 열거한 뒤 제자백가의 학설은 지금도 문화적으로 세계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사상과 문화에 있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외 사르트르 등 프랑스 석학 10여명의 이름을 거론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의 속담도 거론했다.
그는 양국 공동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는 ‘중용’에 나오는 “만물은 같이 커도 서로 해가 되지 않으며 도는 같이 행해도 서로 위배되지 않는다”는 문구를 인용했다. 양국 관계의 꾸준한 발전과 관련해서는 “거목도 작은 묘목에서 자란 것이고 9층탑도 한 줌의 흙을 쌓으면서부터 세워졌다”(노자)거나 “작은 새가 하나씩 하나씩 새 둥지를 완성한다”(프랑스 속담)고도 했다. 중국과 프랑스는 ‘중·프랑스 관계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시 주석은 이날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유네스코 지원 확대 방침을 밝혔다. 또 중국의 아프리카 교사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 수혜자를 기존 25명에서 75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에어버스 비행기 70대를 구매하는 등 180억 유로(약 26조7100억원)나 되는 거액을 프랑스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돈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