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의 반란… 신일산업선 M&A 시도까지

입력 2014-03-29 02:03 수정 2014-03-29 15:17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28%에 해당하는 497개 회사가 28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14일(116곳)과 21일(662곳)에 이어 3차이자 올해 마지막 ‘슈퍼 주총데이’인 이날 일부 중소 상장사에서는 경영 참여나 배당 확대를 원하는 주주와 경영진 사이에 지분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선풍기로 유명한 신일산업은 개인투자자가 회사를 상대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하려다 실패했다. 신일산업은 주총에서 공인노무사 황귀남(52)씨가 상정한 정관 개정안과 이사 선임안을 부결시켰다. 앞서 황씨와 특수관계인은 지난달 17일 신일산업 지분 11.27%를 취득하고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변경 안건을 올리며 분쟁을 예고했다. 그러나 황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포함해 두 안건 모두 부결되면서 그의 경영 참여는 사실상 좌절됐다.

KT 자회사 KTcs도 주총을 열어 현금 배당금(보통주) 120원 지급 및 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소액 주주들이 주당 배당금을 250원으로 올리고 주주 추천 외부감사를 선임토록 요구해 쟁점이 됐으나 표결에서 회사 측 원안이 통과됐다.

반면 근화제약에서는 미국 계열사로부터 의약품을 양수하려던 회사 측 계획이 소액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쳤다. 근화제약은 “주총 결과 미국 내 계열사 알보젠 파인브룩으로부터 2가지 의약품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판매권한 등을 포함한 일체의 권리를 양수하려던 계획을 포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총에는 대주주가 의결권 행사를 포기한 가운데 소액주주들만이 표결에 참여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정관을 변경하려 했으나 2대 주주이자 다국적 승강기 업체인 쉰들러 홀딩 AG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포장공사업, 친환경·에너지 관련 사업, 산업용 로봇 제조판매업으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정관 변경을 추진했다.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했으나 쉰들러의 대리인이 반대표를 던졌다.

현대상선 경영진은 주총에서 3년 연속 적자가 난 것에 대해 주주들에게 공식 사과하고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이사 보수 한도를 100억원에서 70억원으로 30% 줄였다. 대우조선해양도 상무 이상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을 낮추는 안건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사장 퇴직금은 25% 감소한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지주사인 ㈜LS의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LS는 주총에서 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으나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로 재선임하지 않았다. LS는 구 회장과 이광우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에서 이광우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바뀌었다. 구 회장의 그룹 회장직은 유지된다.

공기업 중에는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이사 15명의 총 보수 한도를 작년보다 1억6233만원 줄어든 19억2107만원으로 의결했고, 한국가스공사도 이사 7명 보수 한도를 16억2174만원에서 15억6644만원으로 낮췄다.

권기석 노용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