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오인숙] 돌멩이와 황금

입력 2014-03-29 02:23

칙칙한 옷을 벗어 버리고 산뜻한 옷차림으로 만난 지인들의 화제는 돌멩이였다. 새로 세워지고 있는 병원에서 홍보실장을 하고 있는 입담이 좋은 P씨가 돌멩이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넉넉지 않은 자금으로 대형병원을 설립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기초 공사를 위해 땅을 파고 토목 공사를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흙을 들어내니 완전히 돌밭이더라는 것이었다. 돌을 캐내야 하고 가져다 버려야 하는데 예산의 배가 되는 돈이 필요해서 모두 낙담을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돌덩이가 재앙이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돌들이 황금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건축하는 사람들과 조경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돌이 나오는 대로 비싼 값에 사 가는 바람에 돈 한 푼 안들이고 토목 공사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황금이 된 돌멩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 병원의 행운에 놀라워했다. 그리고 ‘나한테는 왜 그런 일이 안 일어나는 거야’ 하고 심기가 불편하기도 했다. 결국 돌멩이가 없다고 한탄을 했던 것이다. 쓸모없는 재앙덩어리였던 돌멩이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데 불만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삶을 가로막는 돌멩이 하나, 인생길에서 넘어지게 하는 돌멩이 하나, 가슴을 때려 멍들게 하는 돌멩이 하나, 안 가져본 사람이 있겠는가. 문제는 돌멩이가 우리 삶에 고통이나 재앙으로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다. 황금으로 변하지 못하고 돌멩이로 묻혀 장애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돌멩이를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비결이 있었다. 돌멩이를 재앙덩어리로 보지 않고 주어진 보물로 본 ‘눈’ 이다. 모두들 재앙덩어리로 보고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 요소로 보고 낙담했을 때, 돌멩이를 쓸모있고 꼭 필요하며 행운이 될 수 있다고 본 시각이다. 인생길에서 나를 낙담시켰던 무수한 돌멩이들을 은혜의 시각으로 보기 시작할 때, 그것이 내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때 돌멩이는 내 삶의 황금이 되는 것이 아닌가. 이제 막 나무의 싹 틔우기를 시작한 봄 길을 지나 집으로 돌아온 봄날이었다.

오인숙(치유상담교육연구원 교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