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50대 모녀 "재산 사회에 기부" 유서 남기고 스스로 목숨 끊어

입력 2014-03-28 17:23

[쿠키 사회] 치매 판정을 받은 90대 노모와 미혼의 50대 딸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함께 숨졌다.

28일 경기도 남양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20분쯤 남양주시 별내동의 한 아파트에서 박모(55·여)씨와 어머니 이모(90)씨가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단 둘이서만 살고 있는 이 아파트에는 모녀가 전날 쓴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었다. 이씨는 최근 뇌경색 증상으로 1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뒤 치매 초기 판정을 받고 퇴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오빠(70)는 이날 여동생으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바로 119에 신고했다.

구조대원과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이씨는 안방 화장실 앞에 쓰러진 채, 박씨는 화장실 안에서 목을 맨 채 각각 숨져 있었다.

모녀는 1년전 현재의 아파트로 이사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 소유로 돼 있는 아파트는 4억원 가량 시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의 치매 판정 뒤 모녀가 인생을 비관해 동반 자살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유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울러 경찰은 고령의 이씨에게서 외상이나 약물 복용 흔적 등이 없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다.

남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수익 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