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모두 기다렸다, 이날!… 9개 구단 전력 분석
입력 2014-03-29 02:46
메이저리그에서 ‘흥행의 마술사’로 불렸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전 구단주 빌 비크는 “봄이 온다는 조짐은 크로커스 꽃이나 고향으로 돌아오는 제비가 아니라 방망이로 공을 쳐내는 소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도 봄은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시작된다. 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14 프로야구가 드디어 29일 개막한다. 올시즌 프로야구는 자유계약선수(FA)들의 이동과 외국인 타자 영입에 의한 전력 평준화로 어느 해보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조차 가을야구에 진출할 4강을 선뜻 꼽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겨울 열심히 훈련한 9개 구단은 한결같이 가을야구는 물론 우승의 꿈을 꾸고 있다.
최강 클린업트리오… 첫 4연패 부푼 품
최근 여론조사에서 삼성은 올 시즌 우승이 예상되는 팀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최고의 마무리로 꼽히던 ‘돌직구’ 오승환이 일본 한신으로 떠나고 지난해 1번 타자 가운데 출루율이 가장 높았던 배영섭이 입대하면서 전력이 다소 약화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정형식이 배영섭의 빈 자리를 어느정도 메울 수 있고,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으로 구성될 중심타선은 여전히 믿음직스럽다. 그리고 다양한 포지션에서 활용이 가능한 외국인 타자 나바로의 합류도 삼성에게는 큰 힘이 된다. 여기에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이승엽이 살아난다면 타선은 문제 없을 전망이다. 마운드의 경우 장원삼 배영수 등이 버티고 있는데다 오승환이 빠진 자리를 ‘뱀직구’ 임창용이 채우면서 걱정을 덜었다.
철벽 마운드에 신인 가세… 새바람 기대
두산은 지난 겨울 요란한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준우승을 차지했지만 김진욱 감독이 전격 경질됐고 베테랑 선수 10명이 FA와 트레이드 등으로 팀을 떠났다. 충격파가 컸지만 두산은 신인들을 발굴해내는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다시 우승에 도전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38승을 올린 믿음직한 에이스 니퍼트, 지난해 토종 투수 최다 이닝에 빛나는 노경은, ‘느림의 미학’으로 파란을 일으킨 유희관, 2009년 구원왕 출신으로 재활을 마치고 컴백한 이용찬이 지키는 마운드는 두산의 큰 버팀목이다. 이종욱, 손시헌, 임재철, 윤석민 등이 떠나 출혈이 컸던 야수진의 경우 민병헌, 김재호, 허경민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그리고 최준석이 떠난 4번 타자 자리는 칸투가 맡아 홍성흔, 김현수와 함께 타선의 중심을 잡았다.
벨 합류 타격 균형… 20년 만에 우승 도전
지난해 LG는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암흑기를 탈출했다. 김기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아래 뭉친 LG는 올해 20년 만의 우승을 노린다. 스위치히터 조시 벨이 합류한 타선의 균형은 지난해보다 짜임새 있다는 평이다. 박용택과 정성훈이 새로운 테이블세터로 나서며 이진영 벨 이병규(배번 9번)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파괴력은 위력적이다. 하위 타선에선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격 부문 종합 1위에 오른 정의윤이 기대를 모은다. 마운드는 에이스인 리즈가 떠났지만 류제국과 신정락 우규민 등 토종 삼총사가 건재하고 새 외국인 투수 리오단도 합격점을 받았다. 두산에서 이적한 김선우는 5선발 요원으로 나선다. 마무리 봉중근과 셋업맨 이동현이 이끄는 불펜은 올해도 필승조로 제몫을 톡톡히 해낼 전망이다.
거포 즐비 자신감… 2연속 PO진출 야망
넥센은 지난해 작전야구에 능한 염경엽 감독 부임 이후 창단 6년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경험 부족 때문에 준플레이오프에서 아깝게 무릎을 꿇었지만 올해는 자신감으로 무장했다. 무엇보다 넥센의 타선은 쉬어갈 곳이 없을 만큼 한방 있는 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규모가 작아 홈런이 많이 나오는 목동구장 특성상 올해도 팀 홈런 1위에 도전한다. 4번 타자 박병호가 건재하고 강정호 김민성 이성열 윤석민 등이 뒤를 떠받친다. 마운드의 경우 타선에 비해 다소 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재영 문성현 강윤구 김병현 등 토종 선발은 물음표가 붙어 있지만 외국인 원투펀치 나이트와 밴 헤켄이 건재하다. 그리고 선발이 잘 버텨주면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뒷문을 책임질 수 있다.
장원준 가세 막강 마운드… 하위타선 관건
롯데는 지난 3년간 주전들이 FA 등으로 대거 빠지면서 전력 손실이 컸다. 결국 지난해 4강 진출에도 실패하면서 국내 최고 인기구단이란 타이틀도 내줬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두산에서 FA로 데려온 최준석과 외국인 타자 히메네스가 홈런 경쟁을 벌이다. 지난해 최다안타 1위 손아섭은 이 부문 신기록에 도전한다. 변수는 테이블세터와 하위 타선이다. 그러나 시범경기에서 상하위 타선 모두 쾌조의 컨디션으로 타율과 장타율 1위, 홈런 2위에 올라 걱정을 덜었다. 마운드의 경우 시범경기에선 부진했지만 면면을 보면 9개 구단 중 최강이다. 옥스프링 유먼 송승준에 제대한 장원준까지 가세한 선발진은 각각 10승 이상은 가뿐하다. 그리고 김성배 김승회 이명우 등이 버티는 불펜에는 지난해 부상으로 빠졌던 최대성이 합류한다.
부활 김광현… 전통 강팀 명예회복 노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과 3회 우승을 자랑하던 SK는 지난해 6위로 주저앉으며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믿는 구석이 있다. 에이스 김광현이 살아났기 때문이다. 부상 때문에 2011년과 2012년 부진했던 김광현은 지난해 10승9패로 부활 가능성을 예고했고, 올해 다시 한 번 한국의 대표 투수로 올라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특히 류현진의 활약을 보며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꾸는 만큼 올 시즌 최고의 구위를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려 8명이나 되는 ‘FA로이드’가 SK의 상승세를 이끌 예정이다. SK의 간판타자 최정을 비롯해 박재상 박진만 김강민 조동화 등 SK 왕조를 이끌던 8명이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FA 대박을 꿈꾸는 이들은 올해 커리어 하이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용병·토종 완벽 조화… 최대 다크호스로
최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9개 구단 감독들은 다크호스로 NC를 꼽았다. 지난해 1군에 데뷔해 7위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시범경기에서 공동 2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NC는 올해 외부 수혈과 기존 선수들의 기량 향상으로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욱과 손시헌이 가세하면서 수비가 안정됐고, 중심타선에선 이호준과 나성범이 힘차게 배트를 돌리고 있다. 여기에 한 방을 가진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의 가세도 반갑다. 마운드는 지난해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친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 신인왕을 받은 이재학이 건재하고 새로 가세한 테드 웨버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간계투는 불안하다. 이혜천과 박명환이 가세했지만 기복이 있어 불안하다.
거물 테이블세터에 기대… ‘좋은’ 예감
지난해 KIA는 우승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주전들이 부상으로 잇따라 이탈하는 바람에 중반부터 급격히 순위가 떨어지더니 마지막에는 신생팀 NC에도 밀렸다. 올 시즌에도 투타의 핵인 윤석민과 이용규가 떠나면서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올해 선동열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신동길 김주찬 이대형으로 이어지는 KIA의 테이블세터는 9개 구단 중 최고다. 특히 LG에서 영입한 이대형이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이범호-나지완-브렛 필로 이뤄질 클린업 트리오도 만만치 않다. 만약 최희섭이 부활하면 중량감이 더해질 것이다. 마운드의 경우 양현종을 필두로 데니스 홀튼 송은범 김진우 서재응으로 구성된 선발은 평균 이상이지만 불펜이 얼마나 버틸지가 관건이다.
정근우·이용규 앞세워 ‘꼴찌 탈출’ 기대
만년 꼴찌 한화는 스토브리그에서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인 정근우와 이용규를 한번에 FA로 영입하며 큰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한화는 단타 생산 능력과 출루율이 높은 테이블세터의 부재로 고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두 선수가 밥상을 차리면 외국인 타자 펠릭스 피에, 김태균, 최진행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점수를 생산할 수 있는 틀을 갖추게 됐다. 관건은 역시 지난해 9개 구단 가운데 최다실점과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마운드다. 한화는 제구력이 좋은 외국인 투수 앤드루 앨버스와 케일럽 클레이를 내세워 선발진을 재건할 예정이다. 다만 신경현의 은퇴로 생긴 포수 공백은 아직 메우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명장 김응용 감독이 올해는 좋은 성적을 거두며 명불허전을 입증할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