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도플러 효과

입력 2014-03-29 02:11

박쥐는 6만∼8만㎐의 초음파를 발사해 거기에 물체가 닿아 일어나는 반향으로 30m 정도 떨어진 곳의 초파리를 감지해낸다. 문제는 방송국의 송신탑처럼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게 아니라 박쥐는 재빠르게 날아가면서 그런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현재 내는 초음파와 물체에 닿아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박쥐는 어떻게 구별하는 걸까. 정답은 바로 도플러 효과다.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요한 도플러에 의해 처음 밝혀진 도플러 효과는 물체 또는 관측자의 이동에 따라 파동의 형태가 변하는 현상이다. 즉 멀어져갈 때는 파동의 주파수가 길고 낮게 관측되며, 다가올 때는 짧고 높게 관측된다는 것. 예를 들면 빠른 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는 높고 날카롭게 들리는 반면, 우리를 지나 멀어져 가는 사이렌 소리는 낮고 아련하게 들린다.

빅뱅이론을 뒷받침하는 최초의 증거를 찾아낸 허블도 도플러 효과를 이용했다. 무지개의 빨간색 쪽으로 갈수록 빛의 파장이 길고 보라색 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다. 따라서 멀리 있는 천체의 빛스펙트럼이 붉은색, 즉 파장이 긴 쪽으로 몰리면(적색편이 현상) 그 천체는 우리로부터 멀어져가고 있는 별이다. 반대로 청색편이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천체다. 허블은 이러한 적색편이 현상을 분석해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잠수함의 수중 레이더와 임신 진단 때 사용하는 초음파 진단기, 과속감지 카메라 등도 모두 도플러 효과를 응용한 기기들이다. 며칠 전 영국의 과학자들이 실종된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최종 항로를 밝혀낸 것도 도플러 효과 덕분이었다. 통신위성에 수신된 5번의 단순 전파 신호에서 미세하게 짧아지고 길어지는 파장을 분석한 결과였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공간에서의 물리학 법칙인 도플러 효과가 시간에서도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똑같은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멀어져가는 과거의 일주일보다는 다가오는 미래의 일주일을 보다 더 가깝게 느낀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람들이 시간에 대한 개념도 공간적인 경험을 토대로 형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유가족들에겐 이 같은 시간에서의 도플러 효과가 적용되지 않을 것 같다. 그들에겐 항공기 실종 후 최종 추락 발표까지의 17일간이 앞으로 다가올 어떤 미래보다 길게만 느껴질 테니까.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