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영성] 발… 헌신과 땀으로 복음을 향하다

입력 2014-03-29 02:31


발은 땀과 헌신을 담은 마음이다. 함께 가는 발, 찾아가는 발, 순례자의 발걸음엔 영혼이 담겨 있다.

크리스천의 발은 욥의 고백처럼 오직 그분의 발자취를 따르며 하나님이 정하신 길로만 성실하게 걷는다(욥 23:11).

신자들은 좁은 문으로 들어간다. 길도 비좁다. 함께 가는 사람도 적다(마 7:13∼14). 거친 길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 주님이 가셨기에.

복음을 전하는 발

선교사들은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롬 10:15)이다. 현대의 선교사들은 교통수단의 발달로 오래 걸을 일이 없다. 그러나 정글이나 산악지대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족선교회(NTM) 소속 세계 선교사 가운데 700명 정도가 파푸아뉴기니 등에서 활동한다. 이곳은 대부분 정글과 산악지대라 활주로를 만들기 힘들다. 그래서 정글 속 마을로 가기 위해 4∼20일 내내 걸어야 한다. 하루 평균 20㎞를 걷는다. 파푸아뉴기니는 4000m 높이의 산악도 많아 굽이굽이 지나야 한다.

미전도 지역을 찾아 떠나는 선교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10여년 동안 전 세계 격오지만 골라 다니는 A선교사는 3년 전 라오스 산악지대를 걸었다. 헐렁한 옷과 운동화, 배낭이 그가 가진 전부였다. 야트막한 산을 수십 번 오르내리며 마을로 향했다. 꼬박 사흘이 걸렸다. 발은 만신창이가 됐다. 부르튼 건 예사였고 물집에, 다리 경련까지 심각했다. 그는 28일 전화 통화에서 “힘들 때면 길가에 앉아 기도하면서 예배를 드렸다”며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사람들에게 누가 복음을 전하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님의 길은 사람에게로 향한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로, 절망의 자리로, 소외 이웃에게로 걸어간다. 크리스천들은 그 속에서 희망과 사랑을 전한다. 산을 넘어 달려가 평화가 왔다고 외치며 구원이 이르렀다고 선포한다(사 52:7, 새번역). 우리가 발로 딛고 선 곳은 예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윗은 “내가 선 자리가 든든하오니 예배하는 모임에서 주님을 찬양하렵니다”(시 26:12, 새번역)라고 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선 발

‘로봇다리’ 김세진(17)군은 두 발과 한쪽 손 손가락 3개가 없는 선천적 무형성 장애인이다. 태어나서 6개월까지 버려진 아이였지만 이후 양정숙(45)씨에게 입양돼 ‘일어나라, 두려워 말라’는 훈련과 다독임 속에서 인생 대장정을 시작했다.

김군은 지난해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부 수시전형으로 최연소 입학해 화제를 모았고 같은 해 9월 미국 뉴욕 허드슨강에서 열린 리틀레드라잇하우스 수영대회에서 1시간50분27초로 전체 280명 중 21위, 18세 이하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인 김군은 올 10월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다. 어머니 양씨는 지난 27일 전화 통화에서 “세진이는 지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절망의 자리에서 희망의 자리로 옮긴 것이다.

로봇다리를 달고 사는 세진이의 실제 발은 어떨까. 그는 오른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왼쪽 다리는 발목 아래가 없다. 양쪽 길이가 각각 다른 인공다리를 착용한다. 무게는 6㎏. 하지만 실제 체감하는 무게는 20㎏에 달한다고 한다.

양씨는 “길이가 다른 두 개의 인공다리를 달고 평형을 유지하며 걷는 게 힘들다”며 “허벅지와 허리의 힘을 이용해 걷고 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학계에서는 이런 김군의 사례를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이 정도 장애를 가졌다면 서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김군의 기적적인 활동에는 4살 때부터 거르지 않았던 운동과 재활훈련이 있었다. 김군은 지금도 하루 4시간씩 수영과 물리치료,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성장 중인 다리뼈는 그의 다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뼈가 자랄수록 피부 바깥으로 밀고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뼈가 모두 성장할 때까지는 뼈를 깎아내야 한다. 문자 그대로. 2012년에도 삐져나온 뼈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수술과 재활까지 2개월이 걸렸다. 로봇다리를 떼어낸 김군의 맨다리는 짓물러진 상태가 많다. 쥐도 난다. 경기도 성남시 지구촌교회를 출석하는 양씨는 “셀 모임 목장에서도 항상 기도해주신다”며 “바라기는 세진이의 발을 통해 삶을 나누고 싶다”고 고백했다. 세진이는 자주 “엄마, 내가 걷는 이 발길이 외롭지 않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다.

점프하고 착지하는 발

그런가 하면 군인의 발이 있다. 군인은 걷고 뛰는 게 일상이다. 3보 이상은 무조건 뛰어서 이동한다는 말도 있듯 군인의 발은 전쟁의 승패와 관련이 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민상기(52·중령) 군목은 손과 발로 복음을 전한다. 민 목사는 2008년 육군훈련소 군목 시절, 훈련소 사상 가장 많은 장병에게 세례를 줬다. 그해 4월 8043명에게 세례를 줬고 연 7만명을 대상으로 진중세례식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요즘엔 비행기를 탄다. 공수훈련을 하는 장병과 함께 낙하산을 타기 위해서다.

그는 군목으로는 유일하게 특전사에서만 세 번 근무했다. 모두 자원했다. 그는 훈련이 강하기로 소문난 특전사에서 장병을 위로하며 신앙의 힘을 불어넣는다. 그는 공수훈련에서 낙하산을 타야 하는 장병들에게 기도와 ‘동반강하’로 힘을 보태고 있다.

민 목사는 이달 초 낙하산을 탔다. 그는 강하에 앞서 긴장한 병사들을 위해 기도했다. 강하고 담대하여 무사히 강하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기도였다. 그런 다음 자신도 낙하산을 메고 비행기에 올라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을 향해 몸을 던졌다. 가장 먼저였다. 병사들은 민 목사를 보고 힘을 얻었다.

낙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땅에 발이 닿는 순간이다. 착지를 잘 해야 다치지 않는다. 민 목사에 따르면 낙하산이 펴진 채 지상에 닿는 순간의 충격은 2층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공수훈련의 70∼80%는 접지훈련이 차지한다. 발을 모아 지면에 종아리와 허벅지 순으로 닿게 하여 떨어지는 연습을 수천 번 반복하는 것이다. 이 훈련이 안 돼 있으면 다리가 부러지거나 다치는 사고를 당한다. 민 목사는 94년 첫 공수훈련 이후 20년간 44번 낙하산을 탔다.

점프에서 착지도 중요하지만 점핑 순간도 중요하다. 멀리 뛰고 다리를 모아야 한다. 그래야 몸의 중심이 잡히고 펼쳐진 낙하산 줄이 꼬이지 않는다. 떨어지는 동작이 좋아야 목표 지점에 정확히 도착하고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 목사는 “한 번도 다치지 않은 것은 초심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공수교육에서 배운 대로 했다. 그러면 다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40번 이상 강하를 마치면 공수휘장 모양도 달라진다. 민 목사 군복 상의 왼쪽에는 ‘월계수’ 휘장이 번쩍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보내심을 받지 아니하였으면 어찌 전파하리요 기록된 바 아름답도다. 좋은 소식을 전하는 자들의 발이여 함과 같으니라”(로마서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