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영성] 처녀 신클레티카의 인생 항해법
입력 2014-03-29 02:58
돈과 미모에다 지성까지 겸비한 처녀 신클레티카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부유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부모가 별세하자 모든 재산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도시 바깥에 있는 가족 묘지로 가서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그녀의 절제와 경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여성들이 몰려들어 수녀원 원장이 되었다. 신클레티카는 4세기 이집트에서 살았던 여성 수도자 가운데 가장 많은 금언과 전기가 남아 대표적인 사막 ‘교모’로 인정받고 있다.
순항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구도시 출신답게 그녀는 자주 배와 항해의 비유를 통해 영적인 삶을 교훈했다. “우리는 어두움 속에서 항해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인생을 바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요, 세상 사람들은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항상 의의 빛을 따라 항로를 정합니다. 세상 사람들도 위험을 두려워하고 신중히 경계하여 폭풍우나 어두움 속에서도 구원의 항구에 이릅니다. 반면에 우리는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지만, 태만하여 의의 빛을 벗어나 침몰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신클레티카는 인생 항해에 두 종류의 바다가 있는데, 수도자는 잔잔한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어둠 속에서 밝게 비춰지는 항로와 주님의 인도하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혜택에도 불구하고 절제 없이 방심하면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세상 사람들보다 더 비참하게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수도사나 세상 속 그리스도인이나 길은 달라도 목적은 같다. 그녀는 어디에서 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사막에 살면서도 도시인처럼 행동하면서 세월을 허송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 속에서 살면서도 마음으로는 은수사가 될 수 있으며, 은수사이면서도 무수히 많은 정념 속에서 살 수도 있습니다.”
신클레티카는 잔잔한 바다에서의 순항이 언제까지 계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순풍에 돛을 펴고 바다를 향해 나서지만 역풍이 불어오면 배는 파도에 흔들리고 방향타로 배를 조종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역풍은 어디서 오는가? 마귀들이 밖에서 우리를 공격하여 외적인 허물과 실수들을 범하도록 유도하고 또 안에서도 악한 생각들을 일으켜 배를 뒤흔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세상에 유혹 없는 인생은 없다고 말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유혹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때로는 무서운 파도가 배를 난타해 단번에 부수기도 하지만, 배 밑바닥의 조그마한 구멍이 큰 배를 서서히 침몰시키기도 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악한 행동을 저질러 단번에 넘어지기도 하지만, 악한 생각이 서서히 우리를 넘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정한 영들의 공격을 받지 않도록 늘 경계해야 하며 우리 마음의 생각들을 깨끗하게 지켜야 합니다.”
찬송하며 금식하며 기도하라
이를 위해 신클레티카가 제안하는 것이 있다. “쓴 약이 해로운 질병을 몰아내듯 금식과 병행하는 기도는 악한 생각을 몰아냅니다. 젊고 건강할 때 금식하십시오. 늙으면 우리의 몸도 연약해지기 때문입니다. 능력이 있는 동안 보물을 쌓아 놓으십시오. 그러면 능력이 없을 때 평안하게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는 젊은이들이 금식하면 몸이 쇠약해지고 병에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다.
반면에 마귀가 자극하는 극단적 금욕 고행은 경계했다. “나흘이나 닷새 동안 금식하고 나서 그다음 날에는 절제 없이 음식을 먹는 일을 삼가십시오. 균형을 잃으면 결국은 타락하게 됩니다.”
그는 수도원이 시행하는 하루 한 끼, 혹은 두 끼의 금식 규정을 따르고 먹을 때도 초라한 식탁에 만족하고 빵을 배부르게 먹지 말라고 가르쳤다. 신클레티카는 음식으로 위를 채워서는 순결을 얻을 수 없다는 사막의 결론을 따르고 있다. 음식을 향한 욕구를 절제할 수 없다면 다른 정욕들은 더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수도사들의 경험이었다.
신클레티카는 마귀가 우리 영혼을 유혹하고 정복하려고 가난과 부, 모욕과 수치, 칭찬과 영광, 건강과 질병, 쾌락과 고난 같은 수단들을 이리저리 사용하며 끝없이 우리를 흔든다고 말한다, 강풍이 불어올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선원들은 폭풍을 만났을 때 쉽게 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바다가 잠잠해질 때까지 폭풍과 싸우며 인내함으로 기다립니다. 우리를 대적하는 영들인 역풍을 만났을 때 십자가의 돛을 높이 세우고 굳게 붙들면 안전한 항로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한번은 신클레티카가 “훌륭한 운동선수는 강한 적수들을 상대로 시합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가르친 강한 적은 마귀들이었다. 그 적이 항상 가까이에 있으니 언제나 마귀와 싸울 수 있도록 무장하라고 한다. 그녀는 어떻게 싸울 수 있는지 매뉴얼을 제공했다. “십자가를 붙잡고 적절한 성경 구절을 크게 외치며, 찬송하며 금식하며 기도하라. 그러면 적들이 만든 풍파를 이겨낼 수 있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하나님의 일등 항해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진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