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독일 방문] 1956년·84년 김일성… 2014년엔 박 대통령 나란히 방문한 드레스덴
입력 2014-03-28 03:04
박근혜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역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옛 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을 방문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도 드레스덴을 방문한 바 있다. 드레스덴은 옛 동독 지역 중 남북 정상이 나란히 방문한 유일한 도시가 됐다.
김 주석은 드레스덴을 두 번 찾았다. 한 번은 경제 원조를 받아내기 위해, 또 한 번은 관광·휴양차 방문했다.
김 주석은 1956년 1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을 이끌고 동유럽 9개국을 방문하는 길에 드레스덴에 들렀다. 드레스덴은 당시 동독 최고의 산업도시였다. 그가 드레스덴을 찾은 이유는 6·25전쟁 후 새로 발표한 5개년 경제계획 달성을 위한 원조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 주석은 동독의 냉담한 반응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북한으로 돌아갔다.
두 번째 방문은 1984년이었다. 김 주석은 당시 에리히 호네커 동독 공산당 서기장과 동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열차편으로 낯익은 드레스덴을 찾았다. 당시 드레스덴시 공산당 서기장으로서 김 주석의 영접을 맡았던 한스 모드로프 전 동독 총리에 따르면 김 주석은 사흘을 묵었고, 엘베강에서 유람선을 타는 등 관광을 즐겼다. 모드로프 전 총리는 “김 주석이 한국 전쟁으로 통일을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했다. 소련과 중국의 원조를 받아 강한 군사력으로 남한을 점령했으면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고 회고했다.
한편 드레스덴은 중세 유럽의 풍채가 고스란히 남아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불렸지만 제2차 세계대전 말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도시의 90%가 잿더미로 변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통일 이후 독일은 잔해들을 모아 문화재 복원에 나섰다. 그 대표적인 문화재가 성모교회(Frauenkirche)다. 폭격으로 앙상한 벽체 조각만 남은 채 폐허가 된 성모교회는 통독 이후 복원 시도가 본격화됐다.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잔해에서 수습한 석재 약 3800개가 재사용됐기 때문에 돌들은 붉게 타 검게 그을린 흔적 그대로 쌓아올려졌다. 재원은 성금으로 마련했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에 도착한 후 첫 일정으로 문화재 복원 현장을 방문해 독일의 축적된 노하우를 눈여겨봤다. 드레스덴은 또 유럽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가 모였고, 산·학·연 연계가 뛰어난 곳이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방문을 통해 통일 후 북한에 새롭게 조성될 도시의 모습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드레스덴은 세종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 도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