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독일 방문] “민족 분단은 현대의 가장 큰 치욕이자 인류이성의 결정적인 자기부정”
입력 2014-03-28 02:05
박근혜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드레스덴 공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한반도 통일 비전과 구체적 실천방안을 담은 ‘드레스덴 선언’을 발표한다. 정확히 반세기 전 독일을 찾았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베를린 공대 연설에서 통일의 당위성과 자유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베를린 장벽을 시찰한 후 베를린 공대에 도착했다. 이어 파울 힐비히 총장의 영접 속에 학생과 교수 등 1000여명의 청중을 상대로 연설에 나섰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과 독일이 반드시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토의 양단, 민족의 분단이란 쓰라린 현실은 현대의 가장 큰 치욕이며 인류 이성의 결정적인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 부조리의 현상이 타파되지 않고 있는 한 인간은 역사의 주인공의 자격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한탄했다.
박 전 대통령은 특히 북한과 동독 체제에 대해 ‘허망한 도그마’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자유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그는 “우리들은 공산주의라고 하는 허망한 도그마에 사로잡혀 자유의 고귀함을 포기한 불쌍한 현대의 우상숭배자들의 미신을 타파하고 모든 진보의 원칙이 자유에 있음을 가르쳐주는 개종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서독과 한국이 공산주의 침략을 막는 최후의 보루라며 동질감을 나타냈다. 그는 “바로 독일은 유럽에서, 한국은 극동에서 각각 공산주의의 파괴적 침투를 막고 있는 방파제”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은 경제 원조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전쟁의 상처에 신음하고, 집집마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보릿고개 시절 선진국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던 후진국 지도자인 그는 ‘번영의 균형화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기아와 빈곤에서 허덕이며 정치적 불안에 떠는 저개발 신생국가들의 정치적 경제적 성장을 지원해주는 번영의 균형화 운동”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나라의 부강이 다른 나라의 희생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또 한 나라의 성장이 반드시 다른 나라의 자선적인 원조에 의해서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진정한 경제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을 이었다. 방독 직전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구걸하다시피 차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귀국하는 길에 상업차관을 서독 정부로부터 받아냈다. 그렇게 들여온 1억5000만 마르크(약 3500만 달러)는 우리 경제개발의 초석이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