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끝장토론 후속조치] 상반기 로드맵 완성… 나쁜 규제 솎아내기 속도전
입력 2014-03-28 02:55
정부가 지난 20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규제개혁 끝장토론 후속조치를 27일 내놨다. 수십년간 철옹성이던 규제가 박 대통령의 “이른 시일 내에 개선하라”는 말에 일주일 만에 성과물로 나타난 셈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정부가 ‘나쁜 규제는 없애고 착한 규제는 살린다’고 하지만 세금을 깎아 달라는 무리한 요구 등 규제완화 ‘속도전’의 폐해도 드러나고 있다.
◇초스피드 규제완화=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혁신장관회의에서 ‘천하에 금지령이 많을수록 백성들은 더욱 가난해진다’는 노자(老子)의 말을 인용하며 “불합리한 규제는 ‘경제의 독버섯’”이라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의 ‘암덩어리’, 현 부총리의 ‘독버섯’ 표현에서 보듯 정부는 규제의 싹을 조기에 자르지 않으면 문제가 더욱 커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20일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건의사항 중 80%를 발 빠르게 수용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도 속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효과로 경제를 살리는 데 한계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는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로 돈 한 푼 안 드는 규제개혁의 장점을 계속 살릴 필요가 있다. 여론도 우호적이다. 정부는 상반기 안에 규제개혁 로드맵을 완성하는 등 올해 안에 승부를 보겠다는 심산이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규제개혁이 임기 내내 유지되겠지만 집권 첫해가 아닌 2년차에 시작한 만큼 추진동력이 있는 올해 안에는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금 감면도 규제완화? 속도전 폐해 우려=정부는 김흥국 하림그룹 회장이 “중견기업 세제 부담이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불만에 대해 연구·개발(R&D) 세액공제의 체계적인 개선·보완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및 외국인 투자기업의 잦은 세무조사에 애로를 느낀다는 건의에 대해서도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원활하게 영업할 수 있도록 세무조사를 운영하겠다는 규제완화 추진계획을 내놨다. 거꾸로 말하면 국세청이 그동안 외국·외투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더 많이 해왔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정부의 정당한 과세행위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까지 규제개혁 대상으로 포함해 개선방안을 마련한 것이 과연 정상적이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규제완화 바람에 정말 필요한 규제 신설도 불필요한 규제로 치부되는 사례도 등장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주 인삼산업법 시행령을 통해 인삼 검사를 지정된 검사기관에서 실시해 안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부 언론은 농민 불편을 초래하는 규제라고 몰아붙였다. 앞으로 규제완화가 무리한 기업 민원 해소 창구로 악용될 소지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도 기업이 환경규제에 묶여 개발할 수 없는 토지를 싼값에 사들인 뒤 공장 부지로 바꿔 달라는 규제개선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며 “앞으로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기업 민원이 규제완화로 탈바꿈되는 경우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