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해외 직구’ 열풍] 맘대로 교환·환불… 오프라인 직구숍 등장
입력 2014-03-28 02:32
유명 브랜드 제품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 열풍을 타고 오프라인 ‘직구숍’까지 등장했다.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온라인 구매한 상품을 매장에 진열해놓고 판매한다. 배송 지연과 애프터서비스의 어려움 등 해외 직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늘면서 등장한 서비스다.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F업체 매장에 아이 옷을 사려는 엄마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약 330㎡ 매장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유아복이 브랜드 구분 없이 사이즈별로만 전시돼 있었다. 각 브랜드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미국 백화점과 직접 납품계약을 맺어 아동복 매장 상품을 ‘통째로’ 받아오기 때문이다.
미국 백화점은 매장별로 입점계약을 맺은 뒤 판매 수수료를 받는 국내 백화점과 달리 백화점이 아예 제품을 사들여 판매한다. 이 때문에 재고가 발생하면 백화점에서 일괄 처리하는데 그런 제품들을 받아온다고 한다. 이 업체는 미국 유명 백화점 3곳과 계약을 맺고 이월상품을 들여오고 있었다.
매장 주인 최모(33)씨는 “최근 ‘직구’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워낙 가짜 피해도 많고 교환·환불에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들이 많아 오프라인 매장을 열게 됐다”며 “모든 제품이 미국 백화점에서 수입한 정품임을 인증하는 송장도 매장에 갖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이들 상당수는 직구에 실패한 소비자들이다. 두 돌 된 딸을 키우는 박모(33·여)씨는 최근 한 직구 대행업체를 통해 아이 옷 8벌을 주문했다. 국내 백화점 매장에는 입고되지 않은 물건인 데다 가격도 30% 이상 저렴했다. 하지만 물건을 받아보니 사이즈가 터무니없이 컸다. 박씨는 “업체에 환불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교환하려면 배송료 4만원을 내라고 했다”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 결국 친구 딸 선물로 줬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해외 직구 소비금액은 1조10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7%가량 증가했다. 동시에 소비자 불만 상담건수도 1551건으로 전년(1181건) 대비 31.3% 증가했다. 주로 피해는 반품 수수료를 부당하게 부담하거나 환불 등을 거부당했다는 내용이다. 해외 브랜드 옷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 해당 브랜드가 아닌 주문자상표생산방식(OEM)으로 물품을 제작하는 현지 공장과 계약하는 등 ‘짝퉁 아닌 짝퉁’을 파는 업체도 생겨났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곳은 피하고 교환·환불 조건을 사전에 확인한 뒤 구매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