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의혹 ‘증거 3건’ 철회 의미·파장] 자기를 찌른 檢… 법정 제출 문건 스스로 부인 ‘굴욕’
입력 2014-03-28 03:14
검찰이 간첩 혐의 피고인 유우성씨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코앞에 두고 증거 철회를 결정한 것은 문건의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로서는 1심 무죄 선고 이후 새롭게 꺼내 든 증거들이 조작 논란에 휘말리면서 결국 스스로 취소하는 굴욕적 상황을 맞았다. 이로써 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힐 여지는 더욱 줄어들게 됐다.
◇검, 증거 능력 스스로 부인=지난해 10월 2일 시작된 유씨의 항소심 공판은 유씨 출·입경기록의 진위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의 공방만으로 시간을 보냈다. 정작 간첩활동 자체에 대한 심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검찰이 11월 2차 공판 때 유씨가 2006년 5월 23일∼6월 10일 중국과 북한을 두 차례 오갔다는 기록(출-입-출-입)을 증거로 낸 것이 발단이 됐다. 검찰은 1심 때의 공소 사실인 ‘유씨가 2006년 5월 두만강을 도강해 북한으로 넘어갔다가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부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싼허변방검사참을 통해 정식 입북했다는 내용으로 변경하려 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3차 공판 때 이와 정반대되는 내용의 문서(출-입-입-입)를 제출했다.
양측 간 다툼은 주한 중국대사관이 ‘검찰 측 증거 3건은 모두 위조’라고 밝히면서 형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검찰은 증거를 입수한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국 김모(52) 과장마저 구속되자 증거위조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6개월간 헛심만 쓴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은 “진상조사팀의 수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의 증거 능력을 스스로 부인함에 따라 검찰과 국정원은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기존 증거들에 희망을 걸겠다지만…=검찰이 핵심 증거들을 무더기 철회하면서 재판 상황은 무죄가 선고된 1심 때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그러나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공소 유지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씨가 간첩이라는 의심은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출·입경기록 관련 증거들이 없어진 만큼 1심 때처럼 ‘유씨가 도강했다’는 공소 사실도 그대로 유지된다.
검찰은 28일 공판에 공안1부장을 직접 내보내는 등 총력 체제로 임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유씨 여동생인 유가려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유가려씨의 증거보전 녹취파일, 검찰 조사 영상녹화 CD 등을 추가 증거로 제출했다. 유가려씨는 수사 과정에서 “오빠는 간첩”이라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이를 번복했다. 결국 재판부는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용하지 않았다. 윤 차장은 “유가려씨 육성이 담긴 CD 등을 통해 다시 판단해 달라는 주장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자료는 이미 1심 당시 녹취록 형태로 제출된 바 있어 1심의 결론을 뒤집는 결정적 근거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검찰은 유씨의 사기죄 추가를 위한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법원에 재판기일 연기 요청을 한 상태다. 재판부가 이미 예고한 대로 28일 결심을 할지 검찰 요구를 받아들일지는 당일 법정에서 결정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