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에…” 美 老 제독 거액 기탁
입력 2014-03-28 02:29
6·25전쟁에 참전했던 86세의 노(老)제독이 한국과 미국 두 나라 젊은이들이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웠음을 후세가 기억하도록 돕는 데 써 달라고 거액을 기탁했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댄빌시 보훈기념관에서 러셀 고먼 퇴역 해군 소장이 한국전쟁기념재단(www.kwmf.org)에 유산 일부를 약정 기탁하는 행사가 열렸다. 고먼 제독이 내놓은 13만5000달러(약 1억4400만원)는 샌프란시스코의 관광 명소인 골든게이트브리지(금문교) 인근 프리시디오 국립공원에 한국전 참전 기념비를 세우는 데 쓰일 예정이다.
킹스포인트(미국 연방 상선사관학교) 졸업생 고먼이 해군 소위로 임관한 이듬해인 1950년 한반도에서 전쟁이 터졌다. 그는 당시 일본 오키나와의 해군 기지에 근무하면서 보급과 수송 업무를 맡았다. 거의 모든 전투가 육상과 공중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해군 장교인 그가 직접 전투에 참가할 일은 없었지만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는 자부심은 평생 가슴에 남았다.
하얀색 해군복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한 고먼은 거동이 불편한 데다 지병이 있어 연단에 나서지는 않았다. 대신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동만 샌프란시스코 한국 총영사의 손을 꼭 붙잡고 “한국은 나에게 특별한 나라”라며 “6·25전쟁에 참전한 해군 장교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탁식에는 샌프란시스코 주변 지역 미군 참전용사, 댄빌 시의원, 샌프란시스코 한국 총영사관 관계자 등 약 40명이 참석해 고먼 소장에게 박수를 보냈다. 행사를 진행한 로버트 티어난 퇴역 해군 소장은 “6·25전쟁은 ‘잊혀진 전쟁’이었으나 기념비 건립 계획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