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 임준택 기감 직무대행 “압력받아 사의표명” … 폭로 배경은
입력 2014-03-27 16:59 수정 2014-03-27 17:20
임준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사의 표명을 한 이유를 밝혔습니다.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기감 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총회 제8차 실행부위원회에서 임 직무대행은 ‘사의서를 쓰게 된 경위’라는 제목의 A4용지 한 장을 참석자들에게 돌렸습니다. ‘원래 물러날 생각은 없었는데 일부 감독들이 모욕적인 언사로 강요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입니다.
임 직무대행은 이 문건에서 “사실 이번 불미스런 사태를 그냥 조용히 덮고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장고 끝에 감리회의 정화와 성숙을 위하여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됐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17일 감독회의에서 자신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감독들의 발언을 낱낱이 공개했습니다. “임 감독은 너무 욕심이 많아. 그 자리가 그렇게 좋아. 어서 내려놔요” “당신은 감독은 물론 목사로도 인정할 수 없다” 등입니다. 이 같은 ‘모욕적인 언사와 고성’으로 사의를 표하게 됐다는 주장입니다.
임 직무대행은 당시 “감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 사퇴할 수 없다”고 답했으나 “걱정 말고 사퇴하시오. 우리가 책임질 거요”라는 다른 감독의 말을 듣고는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한 감독은 메모지를 내밀면서 “말보다 글로 쓰시오”라고 권면(?)했다는 것입니다.
임 직무대행의 경위서는 이렇게 끝납니다. “‘과연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이 자리를 지켜야 하나…’ 하는 회의감과 자괴감으로 그동안 사퇴할 생각은 전혀 없었으나 강요에 못 이겨 마지못해 갑자기 사의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점잖게 ‘기감의 정상화를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는 식으로 밝혀왔던 임 직무대행이 태도를 바꾼 데 대해 회의 참석자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리고 이후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한 실행부위원이 “서기부에서 보도자료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기자들을 일단 내보내고 회의를 하자”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회의 내용이 여과 없이 밖으로 알려지면 ‘기감의 이미지’에 득이 될 게 없다는 겁니다.
기자들은 일단 요청에 따라 회의실을 빠져나왔지만 씁쓸한 감정을 숨기기 어려웠습니다. 앞서 임 직무대행을 선출하던 날에도 기자들은 회의 중간에 나가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기자들이 거북했던 이유는 ‘알 권리’가 쉽게 무시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국교회에서 손꼽히는 교단을 대표하는 분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고 거친 말로 공격하는 경우가 거듭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임 직무대행이나 그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감독들 중 어느 한 편을 들자는 말은 아닙니다. “감리교회는 죽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지 별 수 없다” “감리교회 정치꾼들이 교단을 망치고 있다”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엇갈리는 의견을 거침없이 나눌 수 있는 ‘깨어있는 교단’이기 때문에 다른 어느 교단보다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다고 믿고 싶습니다.
현재 상황은 그러나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날 잠시 회의를 쉬는 시간에 한 목사님은 이런 말씀을 했습니다. “오늘도 새 직무대행 뽑으려면 힘들겠어. 의견이 하도 많고 파가 갈리니까….” 한국교회의 일치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기감이 교단 내 일치를 이루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