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일통일 모델, 한반도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입력 2014-03-28 02:51
남북간 동질감 확인하게 하는 통로 개발 시급하다
독일 베를린의 연방 총리실 청사에서 26일(현지시간)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 분야 협력이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두 정상이 양국의 통일 관련 전·현직 고위 공직자와 학자 12명씩으로 2011년 창립된 ‘한독 통일자문위원회’ 활동을 내실화하고, 양국의 재무 당국 및 경제정책 연구기관 간 협력 네트워크를 새롭게 구성하기로 합의한 점 등은 이를 시사한다. 분단 상태인 우리나라가 동서독 통일을 넘어 통합까지 이룬 독일의 경험을 다방면에 걸쳐 체계적으로 전수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과 독일의 최초 여성 정상인 두 사람이 지금까지 5차례 만나 쌓은 우정도 한몫했다. 메르켈 총리는 “한반도에서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을 집권 2년차 국정 기조로 제시한 박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도 탄력을 받게 됐다. 박 대통령의 언급처럼 독일은 한반도 평화통일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 과정은 물론 경제통합과 통일재원 조달 등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더욱이 남북통일 과정에서 의외의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통독(統獨)의 역사는 매우 중요한 자료다.
독일의 경우 1989년 베를린 장벽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통일이 됐지만, 그 이전부터 서독 정부가 꾸준히 통일의 토대를 다졌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동독을 설득해 동서독 학생들의 교환 방문을 성사시켰고, 서독의 50여개 지방자치단체들은 동독의 도시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저변으로부터 동서독 국민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여건을 확산시켜 나간 것이 통일의 동력이 됐다는 얘기다. “(동서독은) TV도 볼 수 있었고, 서로의 삶에 조금 더 가까웠는데 한반도는 완전히 다르다”는 메르켈 총리의 발언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분단 독일과 한반도 상황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분단 독일과 달리 현재 남북 사이에는 주민들이 동질감이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통로가 꽉 막혀 있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동요를 우려해 남측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는 탓이다. 이따금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고, 금강산 관광도 실시됐었지만 주민 상호 간 이해도를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통일 기반을 마련하는 일은 지속돼야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의 숙원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연초에 밝힌 대로 북한에 대한 농업·축산 지원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서독이 동독과 학생 교류를 추진했듯 남북 간의 농업·축산 분야 소통이 이뤄진다면 남북을 하나로 묶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쌀과 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이 미덥지 못한 건 사실이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 역시 배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