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복되는 산재 줄일 방법 정말 엄벌밖에 없나

입력 2014-03-28 02:31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누출돼 근무 중이던 50대 협력업체 직원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소방설비가 화재가 난 것으로 오작동을 일으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살포됐다는 것이다. 안전의 가장 기본인 소방설비 점검조차 허술히 해 사망사고를 냈으니 어이가 없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월과 5월에도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고가 일어나 1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그해 7월에는 삼성정밀화학 내 폴리실리콘 신축 공사장에서 물탱크 파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안전사고 소식에 세계 초일류 기업이라는 타이틀이 부끄럽다.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8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계열사별로 화학물질 관리개선에 투자하는 등 안전을 강화할 종합대책도 내놨다. 2012년 경북 구미 불산 누출 사고와 SK하이닉스의 염소가스 누출 사고 등 안전사고가 빈발하자 정부도 지난해 7월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국회는 화학물질 유출 사고 시 해당 사업장 매출액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이번 사고가 터진 것을 보면 그간의 안전대책이 형식적이었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말잔치에 그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산재 사망률 1위란 불명예를 언제까지 떠안고 갈 수는 없다.

산업현장의 안전사고는 기업이나 현장 근로자들이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재(人災)다. 기업들에게 의식변화와 각성을 요구하는 것은 하세월이다. 화학물질 유출사고 시 기업 전체 매출액의 10% 과징금도 많다며 5%로 낮춰놨으니 기업들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방법은 처벌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영국처럼 산재 사망 시 살인죄에 준해 처벌하고 중대한 산재 사고 때는 문을 닫을 정도로 벌금을 매겨야 산재 공화국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