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정서적 원자폭탄’ 제거할 방법은 역지사지

입력 2014-03-28 02:22


모멸감/김찬호(문학과지성사·1만3500원)

악플이나 왕따, 감정노동과 갑을논쟁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문제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자주 토로하는 말이 있다. 바로 “인간적으로 모멸감을 느꼈다”는 말이다. 모멸감이란 나의 존재 가치가 부정당할 때 느끼는 감정. 사회학자인 저자가 이 모멸감이라는 감정의 프리즘에 한국 사회를 비춰본다.

모멸감은 개인의 내면을 철저히 파괴한다는 점에서 ‘정서적인 원자폭탄’으로 불린다. 우울이나 화, 분노와 달리 사람들은 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자칫 모멸감을 표출했다 또 다른 모멸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욕구는 크지만, 정작 상대방을 인정하는데는 인색하다. 이런 현실에서 대다수 한국인들은 타인에 대한 모멸, 즉 누군가를 모욕하고 경멸하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 든다. 모멸이 모멸을 낳는 현실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누리며 살 길은 없는 걸까. 저자는 구조적 해결책뿐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모욕 감수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 속에 들어있는 작곡가 유주환의 음악 CD는 보너스다. 원고를 읽는 동안 떠오른 감정들을 열 개의 현악곡으로 만들었단다. 인문학과 음악의 결합을 도모한 새로운 시도가 의외의 즐거움을 안겨준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