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작가!] ‘행복한 ㄱㄴㄷ’ 펴낸 그림책 분야 맏언니 최숙희 작가
입력 2014-03-28 02:22
“창의력은 여유에서 나오는데… 작가들 삶에 쫓겨”
그림책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 최숙희(50)씨가 새 작품 ‘행복한 ㄱㄴㄷ’(웅진주니어)을 펴냈다. 2007년 발간한 ‘괜찮아’는 50만부 이상 판매됐고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수록됐다. ‘너는 기적이야’ ‘엄마가 화났다’ 등 이후 내놓는 작품마다 10만부 이상 나갈 정도로, 엄마들과 어린이들 사이에서 ‘완소 (완전 소중한) 작가’인 그를 최근 서울 인사로 카페에서 만났다.
책은 주인공 남자 아이가 ‘ㄱ’부터 ‘ㅎ’까지 한글 자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같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동물들과 나누는 모습을 담고 있다. 가령 ‘ㅍ’의 경우 ‘팬더’ 품에 안긴 남자아이 옆에 ‘폭신폭신’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식. 평소 ‘너는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야’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왔던 작가의 그림책답게 역시 따뜻하다.
그는 “동물도감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며 “각각의 동물에 어울리는 동작을 찾고 적당한 말을 고르다보니 기획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컴퓨터로 작업하는 대신 이번에도 한지에 직접 그림을 그렸다.
그는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기는 엄마와의 스킨십”이라며 “엄마 무릎에 앉든, 품에 안기든 엄마의 말소리와 박동소리를 느끼며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최근 아들이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과거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한다. “아들이 늦게 나가면 내 작업도 늦게 시작하고, 늦게 들어오면 그때까지 밤 작업을 하게 되더라”며 “결국 엄마의 시간은 아이의 시간에 맞춰서 생기는 것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며 웃었다. 최근 작품 ‘괜찮아’의 3D 캐릭터 아동극 제작이 결정되면서 주인공 여자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란다.
그림책 분야의 ‘맏언니’로서, 그는 그림책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이 전무하다시피한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상상력이나 창의력도, 결국 자유로운 시간을 가질 때 발휘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작가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시간에 쫓기다보면 좋은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그림책을 만들었지만 독자들이 왜 내 그램책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며 “이번 기회를 빌려 독자들에게 참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