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생활고에 식료품 훔친 할머니 선처
입력 2014-03-27 03:33
A씨(74·여)는 혼자였다. 외아들은 20년 전 미국에 이민 갔고 2008년 남편과도 이혼해 서울 강동구 주택에서 홀로 살았다. 기초생활수급비 월 40여만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쌀 한 포대 사기도 빠듯했다. 대개 라면과 생된장으로 한 끼를 때웠다. 원래 불편했던 다리는 점점 악화됐다. 치료비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한 채 절뚝대며 라면 사러 집 앞 가게만 오갈 뿐이었다.
지난달 26일 큰마음 먹고 대형마트에 간 A씨는 소고기 코너에서 걸음을 멈췄다. 고기를 못 먹은 지 4개월째였다. 살 돈은 없었다. 결국 소고기와 갈치 등 3만원어치 식품을 훔치다 붙잡혔다. 검찰에 송치된 그는 “너무 먹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훔쳤다”고 진술했다.
지난 12일 열린 검찰시민위원회는 선도를 조건으로 A씨를 선처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 피해액이 적고 깊이 반성하는 점도 고려됐다. 검찰시민위원회는 기소·구속 등을 결정할 때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매달 두 차례 열린다.
위원회 의견을 받아들여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박성진)는 A씨에게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