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살아 있는 통일의 현장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의 대통령과 통일을 기반으로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거듭난 독일 총리의 인연 깊은 회동으로 세계인들의 눈에 각인됐다.
‘통일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한 두 정상,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 총리 주최 만찬까지 이어진 만남을 통해 세계적인 여성 지도자로서의 공통점은 물론 통일을 매개로 두 나라의 협력 관계를 한층 공고히 할 것을 재확인했다. 특히 두 정상은 회담을 통해 독일 통일의 경험을 공유하고 한반도 통일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국제사회의 협력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이미 ‘통일 대박론’을 주창하며 올해를 한반도 통일기반 구축의 원년으로 삼는 등 통일을 화두로 제시한 상태다. 이번 메르켈 총리와의 만남도 양국 간 통일협력 제고 방안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한·독 정상회담의 성과는 28일 옛 동독 지역 드레스덴에서 이뤄질 박 대통령의 대북·통일 구상인 이른바 ‘드레스덴 선언’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러 모로 닮아 있는 두 정상은 분단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공유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박 대통령은 2002년 유럽-코리아재단 이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단독 면담한 것을 시작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식견, 남북 교류·협력의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서독 출신의 메르켈 총리 역시 동독으로 이주한 뒤 동독 정당에서 정치활동을 시작해 통일 독일의 정상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두 여성 정상의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2000년 10월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박 대통령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위해 독일을 찾았다가 독일 야당인 기독민주당 당수였던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훗날 이 만남에 대해 “처음 만난 대화 속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었고,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한 한반도 통일 방안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두 번째 만남은 박 대통령이 당대표직에서 물러난 2006년 9월 독일 방문에서 메르켈 총리를 찾아 6년 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2010년 11월 메르켈 총리가 서울에서 개최된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세 번째로 만났다. 메르켈 총리가 이화여대에서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는 자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해 재회가 이뤄진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한국 대선 직후인 2012년 12월 20일 외국 정상으로는 처음 박 대통령에게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네 번째는 두 사람 모두 정상 자격으로 만났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때였다. 박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의 숙소를 찾아갔고, 메르켈 총리는 현관 계단으로 내려와 맞이하며 예우를 갖췄다. 네 번째 만남 직후에는 박 대통령이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메르켈 총리에게 축하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오랜 인연을 이어온 두 정상은 공통점도 많다. 양국 최초의 여성 지도자 외에도 이공계 출신, 보수정당 대표, 야당 당수로 위기에 놓인 당을 구해낸 이력 등이 같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박 대통령 독일 방문] ‘통일 대화’ 통했다… 국제사회 협력 방안 등 폭넓게 논의
입력 2014-03-27 04:24 수정 2014-03-27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