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분단과 통일의 독일 20세기 현대사를 대변하는 브란덴부르크문을 찾았다.
독일 수도 베를린 한가운데에 있는 브란덴부르크문은 냉전시대 동·서베를린을 가르는 경계로, 철저하게 통행이 제한된 자유·공산 진영 독일인들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드나들 수 있던 관문이었다. 1989년 11월 통일 독일의 시발점이 된 베를린 장벽 철거가 시작됐던 지점이기도 하다.
바로 독일의 ‘판문점’이나 다름없는 이곳에서 박 대통령은 올해 초 자신이 화두로 던진 ‘통일 대박론’을 더욱 가다듬은 남북통일 구상을 조망했다. 베를린→드레스덴→프랑크푸르트로 이어지는 방독 행보의 스타트를 ‘독일 통일의 아이콘’ 앞에서 끊은 셈이다.
박 대통령의 머리와 가슴에는 냉전시대였던 1964년 12월 장벽이 둘러쳐진 이 문 앞 도로를 달리며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졌던 소망이 떠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의 소감을 “자유 베를린 사람들은 장벽이 제거되는 그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통독을 향한 독일인의 염원은 열렬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요하힘 가우크 대통령과의 오찬행사에서 “통일을 이룬 독일은 부러움의 대상이며 대한민국이 가야 할 목표”라면서 “동독 체제에 저항하며 자유를 위해 싸운 그 치열한 힘들이 모여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듯 우리 휴전선도 반드시 무너지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브란덴부르크문과 문 꼭대기에 조각된 4두마차를 탄 승리의 여신 형상을 한 콰드리가상 등을 자세히 둘러봤다. 그는 이 자리에서 또 한번 “시민들이 지금은 자유롭게 왕복하는 걸 보니 너무 부럽다. 한반도에서도 이런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과 함께 베를린 시청을 찾았다. 이 건물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파괴됐다 복원됐지만, 곧바로 동독 진영으로 귀속된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박 대통령은 오후 늦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정상회담을 갖고 전방위적 통일협력 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독이 ‘통일’에 맞춰진 만큼 다섯 번째 만나는 두 사람도 통독의 경험과 남북통일의 새로운 비전 찾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이 밖에 두 정상은 양국 간 실질적인 경제협력 증진 방안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등 정치·경제·사회 현안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박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노골적인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방독에 앞서 가진 독일 공영 ARD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나온다면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 도울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통독의 상징 브란덴부르크문 앞에 선 朴대통령 “우리 휴전선도 무너지는 날 올 것”
입력 2014-03-27 04:25 수정 2014-03-27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