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화재 때 대피공간 뜨거운 열기 막지 못한다… 화재보험협회 시험 결과

입력 2014-03-27 02:33

아파트에 불이 나면 구조될 때까지 피할 수 있도록 마련된 대피공간이 정작 뜨거운 열기를 막지 못해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화재보험협회는 26일 부설 방재시험연구원에서 아파트 대피공간의 화재안전성 평가를 위한 실물모형 시험을 해본 결과 대피공간 안의 실내온도가 화재 발생 10분 만에 허용 온도인 60도를 넘겼다고 밝혔다. 온도는 25분 후에는 100도를 초과했고 1시간이 지나자 170도에 달했다. 시험 과정에서 공간 안에 설치한 마네킹은 100도를 넘은 25분 후부터 녹기 시작, 시험이 끝난 즈음에는 다리와 얼굴 등이 전반적으로 녹아내리고 팔은 아예 떨어져 나갔다.

현재 국토교통부 고시 등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시공된 타워형 아파트나 발코니 확장형 아파트 등에는 각 세대 내에 1시간 이상 불꽃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문(비차열 방화문)과 외부 공기가 통할 수 있는 대피공간을 설치해야 한다. 확장형 아파트에서 주로 이 대피공간은 발코니 대용이나 다용도실로 활용돼 세탁기나 에어컨 실외기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방재시험연구원 관계자는 “시험 결과 현 기준에 따라 설치되는 방화문은 열을 차단하지 못해 대피자가 심각한 화상을 입는 등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면서 “화염뿐 아니라 최소 30분 이상의 열도 차단할 수 있는 단열성 코어재나 목질계 방화문을 설치하도록 국토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협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연평균 아파트 화재 발생 건수는 총 4250건으로 사망자수 63명, 재산피해는 121억원에 달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