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매각 ‘희망수량경쟁 입찰’ 유력
입력 2014-03-27 02:26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의 핵심인 우리은행 매각 방식으로 ‘희망수량경쟁 입찰’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지분을 분산매각해 과점(寡占)주주가 여럿 생기는 방식으로, 지분 일괄매각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올랐다.
우리은행 지분 33% 이상을 지배주주에게 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해온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희망수량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회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26일 ‘바람직한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 토론회에서 적절한 매각 방식으로 희망수량경쟁 입찰을 제시했다.
2인 이상 입찰자 중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자에게 매각하는 게 일반경쟁 입찰이라면, 매각 대상을 1인이 소화할 수 없어 분할해 파는 것이 희망수량경쟁 입찰이다. 다시 말해 매각주체(정부)가 희망하는 매각가격과 지분에 맞는 가격 및 수량을 써낸 입찰자에 지분을 골고루 넘겨주는 분산매각 형태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 김우진 금융산업연구실장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민영화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전략적 투자자와 재무적 투자자 등을 동시에 수용해 한꺼번에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식이 주목받는 것은 일괄매각이나 국민주 분산매각, 블록세일(시간외 대량매매) 등이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예금보험공사)가 가진 우리은행 지분 57%를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5조6000억원으로, 이를 한꺼번에 사들일 수 있는 곳은 KB금융그룹 정도밖에 없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연구원은 “유효경쟁(2인 이상)이 성립해야 하는데 자금력이 되는 곳이 KB금융뿐이므로 일괄매각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주 방식은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목적에 어긋난다. 5% 안팎의 지분을 기관투자가가 나눠 갖는 블록세일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금융산업 발전이라는 민영화 원칙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희망수량경쟁 입찰을 통한 과점주주 매각방식도 최근 은행산업 수익성 저하로 다수의 투자자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를 마련해 투자수요를 높일 필요가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