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계정 기준 바꿔 R&D·영화제작비 등 편입했더니…
입력 2014-03-27 02:23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2.8%)보다 높아진 3.0%를 기록했다. 국민계정 통계 기준이 바뀌면서 과거 기준을 적용했을 때보다 경제 규모가 7.8% 커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3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6205달러(약 2869만5000원)로 전년보다 1509달러(6.1%) 늘었다. 교역조건이 나아지고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실질 GNI는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이는 2010년(7.0%) 이후 최고 수준으로 경기 회복세를 반영했다. 국민의 ‘주머니 사정’과 가장 가까운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4690달러(약 1608만6000원)로 1년 사이 1020달러 늘었다.
지난해 실질 GDP도 3.0% 성장해 전년 수준(2.3%)을 넘어섰다. 민간소비가 전년보다 2.0% 증가한 가운데 건설투자와 수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1.5%나 감소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기계류 투자가 3.5% 감소한 영향이 컸다. 개인 순저축률은 4.5%로 전년보다 1.1% 포인트 늘었다.
◇국민계정체계 개편 성장률 끌어올려=한은은 국민계정체계(SNA) 기준을 ‘1993 SNA’에서 ‘2008 SNA’로 변경하고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꿨다. 품목별 가격과 가중치가 모두 2005년에 맞춰져 있어 변화된 산업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 및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출과 K팝을 비롯한 음악, 드라마, 영화 등 창작품의 제작비 등이 무형고정투자, 즉 자산으로 잡히게 됐다. 정부 소비지출로 인식되던 전투함, 군함 등 일부 무기시스템도 자산으로 처리했다. 글로벌 생산 활동의 거래발생 시점도 ‘국경 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변경됐다. 이를테면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세워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 발생한 이익도 국내 GDP로 잡힌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새 기준을 적용한 명목 GDP 규모는 1265조3000억원으로 과거 기준보다 92조원(7.8%)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명목 GDP가 7.8% 확대되는 데 R&D 기여도가 3.6% 포인트로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러나 R&D 투자 등이 통계에 새로 잡혔으므로 국민 생활수준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는 언제=2007년 2만 달러 선에 진입한 1인당 GNI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만 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상승해 왔다. 정부는 3만 달러 진입 목표시기를 2016년으로 잡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일러야 2017년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재 3% 중후반대인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원화강세가 지속돼야 3년 후 3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올라서는 데 10년이 걸리는 셈이다. 일본은 1987년에 2만 달러 소득을 달성한 뒤 3만 달러 시대를 열기까지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2년 기준 1인당 소득 4만 달러를 넘는 국가(인구 1000만명 이상)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벨기에 스웨덴 등 9개국이다. 이들 국가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3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올라서는 데에는 각각 평균 9.6년과 5.6년이 걸렸다.
Key Word-국민계정
일정 기간 모든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 결과와 국민경제 전체의 자산과 부채를 정리한 일종의 국가 재무제표다. 국민소득통계, 산업연관표, 자금순환표, 국제수지표, 국민대차대조표 등 통계로 구성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