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불황 탈출 묘수는 현장 목소리에”
입력 2014-03-27 03:31
금융권이 위기 탈출 해법을 영업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에서 찾기 시작했다. 금융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고 각종 사건 사고로 은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자 고객패널, 직원패널 등을 통해 마케팅과 경영 방향 설정에 있어 고객 목소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1일 ‘제3기 신한금융그룹 직원패널’ 발대식을 가졌다. 신한 직원패널은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 캐피탈 등 5개 계열사 직원 26명이 모여 영업 현장과 온라인을 통한 고객 설문조사, 직원 아이디어 제안 등을 취합하고 이를 그룹 시너지 전략에 녹여내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다.
지난 1∼2기 패널 활동을 통해 자녀양육 세대의 금융 니즈와 연계한 체크카드 활성화, 사회 새내기 고객 대상 차별화 마케팅 등 참신하고 현장감 있는 제안들이 나왔고, 실무적 검토를 거쳐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적극 활용됐다. 우리은행도 책임자급 이하 직원 37명이 모여 지속적 수익 창출을 위한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신사업 인큐베이터’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해 나서는 금융사들도 많다. NH농협은행은 최근 NH고객패널 2기를 모집했다. 선발된 고객패널은 온라인 카페에서 농협은행 상품·서비스·제도 개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금융상품 개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활동을 펼친다.
농협은행 고객패널 1기로 활동한 주부 손주영씨는 26일 “고객패널이 내놓는 아이디어는 소비자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며 “이 때문에 실제 적용될 경우 다수의 호응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1월 여성 고객 20여명으로 구성된 ‘KEB Sol-Together’를 발족했다. 첫 모임에서부터 은행의 대표적인 서식인 예금거래신청서 개선에 대한 분임토의가 이뤄졌고, 원화와 외화예금 신규 거래를 하나로 통합한 서식의 제정, 고객 서명란 하이라이트 처리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외환은행은 “은행 내부에서 미처 고려하지 못했던 내용이 많았다”며 “상반기 반영을 목표로 개선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신한카드는 ‘따뜻한 금융 고객패널’이란 이름으로 벌써 11기째 고객패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현금처럼 은행거래 시 사용할 수 있는 ‘S-MORE카드’ 등이 고객패널의 아이디어를 통해 탄생했다. BC카드도 2008년부터 고객참여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해 ‘비씨 내비게이터’란 고객패널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 패널을 모집 중이다.
최근 잇따른 악재 이후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선 국민은행은 ‘KB호민관’이란 이름의 고객패널 제도를 신설했다. 고객 관점에서 은행의 상품·서비스·제도·프로세스를 점검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고객 중심 경영을 실천하겠다는 복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고객패널은 고객들로부터 생생한 의견을 듣기 위한 소통 채널”이라며 “현장에 바로 도입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다듬어 금융상품 개발과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