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담] 아베 총리, 한국말로 “만나서 반갑습니다”

입력 2014-03-27 03:14 수정 2014-03-27 04:23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면한 자리에는 어색함과 딱딱한 기류가 가득했다. 회담을 주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마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회담 장소인 미국대사관저에 도착하면서 시작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인사를 시키듯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얼굴을 마주하도록 안내하자 한·일 정상은 그제야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눴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사이에 두고 앉은 박 대통령을 쳐다보며 서툰 한국말로 “박근혜 대통령님을 오늘 만나서 반갑스무니다(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름의 성의 표시를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 특유의 ‘언론 플레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일본 교도통신은 “박 대통령이 굳은 표정으로 응했다”고 묘사했다. 교도통신은 또 “박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을 하는 동안 아래쪽을 쳐다보거나 때때로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달변가로 유명한 오바마 대통령은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애쓰던 와중에 말실수까지 했다. 한·일 정상에게 회담에 나와 준 것에 대해 사의를 표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마담 프라임 미니스터(Prime Minister·총리)’라고 잘못 지칭했다가 곧바로 ‘마담 프레지던트(President·대통령)’로 고쳐 말했다.

회담은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어렵게 성사됐지만 45분 만에 끝났다. 회담 시작과 끝 부분에 인사를 나눴고, 중간중간 통역에 소비된 시간을 감안하면 세 정상의 발언 시간은 상당히 짧았다는 의미다. 반면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양자회담에 걸린 시간은 1시간2분이었다.

한·일 정상의 첫 대면 자체는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틀어진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까지는 여전히 험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과거사 문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회담이 한·미·일 3자 공조체제 복원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건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행동 변화 여부다. 다음 달 중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한·일 양국 간 국장급 협의 결과가 시금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로서는 일본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