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안보 현안 모두 논의한 한·미·일 정상, 중단됐던 ‘3국 안보 상설협의체’ 재가동
입력 2014-03-27 03:12
지난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2년 만에 세 국가 정상들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앉은 자리였다. 오랜만에 만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핵 문제에서 공동 군사작전은 물론 미사일방어(MD)체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3개국 간 안보현안 전반을 논의했다.
세 정상은 특히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한·미·일 안보토의(DTT)’를 조속히 개최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이 문제를 꺼냈고, 박 대통령은 회담 과정에서 직접 답하진 않았지만, 이후 우리 정부는 DTT 재개에 동의를 표시했다. 청와대는 회담이 끝난 뒤 “이르면 4월 중에 DTT가 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3국 간 안보현안 상설 협의체가 다시 재개되게 된 것이다.
2008년 처음 열린 DTT는 3국 국방부 차관보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회의체로 지금까지 5번 본회의가 열렸으나, 우리 정부는 출범 이후 일본의 과거사 도발이 지속되자 대화의 문을 닫아 왔다.
또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조 강화 차원에서 가까운 시일 내 3국 6자회담 수석대표회의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17∼21일 북한을 방문한 데 이어 조만간 미국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6자회담 재개에 속도가 붙는 형국이다.
3국 정상들은 북한이 핵무기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하자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중국이 대북 설득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중국의 협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이 (3국 간) 결속을 더 심화할 수 있는지, 외교·군사적으로 협력하고 공동 군사작전과 MD 시스템을 통해서도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 논의하자”고 제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MD 시스템 논의를 제안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은 “한·미·일과 국제사회가 북핵 불용의 확고한 원칙을 견지하면서 단합되고 조율된 대응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이어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를 차단하고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조속히 만나 협력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주한미군과 주일미군, 미·일 동맹과 한·미 동맹의 상호보완성을 언급하며 대북 억제에 있어 일본의 협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청와대가 전했다.
박 대통령은 미·일 정상에게 북핵 해결과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정착을 위해 북한이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통일 대박론’의 배경과 추진방향을 설명했다. 또 ‘아시아 재균형정책’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역할이 동북아시아 지역 안정에 매우 중요하며, 이 정책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서울 프로세스)과 맥을 같이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과 지역 안보에 대해선 충분한 대화를 나눈 3국 정상들이었지만, 아베 정권의 과거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선 서로 일절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를린=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