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체들 앞다퉈 가상현실에 ‘풍덩’
입력 2014-03-27 02:04
글로벌 IT업체들이 모바일 분야를 이을 먹거리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구현하는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동안은 안경 형태의 도구를 통해 현실의 이미지에 3차원(3D)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보여주는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기기가 많이 개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헬멧 형태의 기기를 통해 가상의 이미지를 게임, 재활치료 등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업체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는 25일(현지시간) 가상현실 기기 업체 ‘오큘러스(Oculus) VR’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23억 달러(2조5000억원)다.
2012년 설립된 오큘러스 VR은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개발 중이다. HMD는 헬멧처럼 머리에 쓰는 방식의 디스플레이로 무겁고 비싼 점이 시장에서 걸림돌이 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공개된 오큘러스 리프트의 개발자용 시제품은 300달러(약 32만원)로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기존 제품보다 크게 낮아졌다. 소비자용 제품은 이르면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저커버그는 “모바일 분야에서 더 이룰 것이 많지만 우리는 다음 플랫폼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에 와 있다”면서 “오큘러스를 스포츠 중계, 원격 학습, 원격 대면 진료 등 다양한 경험을 위한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의 이번 인수는 ‘미래에 대한 투자’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와 관련 서비스들이 현실과 현실을 이어놓은 것처럼 앞으로는 현실과 가상을 잇는 기술이 IT 분야의 커다란 흐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른 IT업체들도 가상현실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소니는 지난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게임개발자 콘퍼런스에서 ‘프로젝트 모르피우스(Project Morpheus)’를 공개했다. 소니의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와 연동되는 이 기기 역시 눈을 덮는 헤드셋 형태로, 사용자들이 게임이라는 가상현실에서 적과 싸울 때 현실과 같은 생생한 느낌을 얻도록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HMD 형태의 가상현실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통한 가상현실 경험도 가능해질 예정이다. 구글은 스마트폰으로 3D 지도를 촬영한 뒤 이를 가상현실 그래픽으로도 만들 수 있게 하는 기술인 ‘프로젝트 탱고’를 추진 중이다. 5인치 디스플레이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에는 이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현실세계를 3D로 도식화하는 기능도 탑재될 예정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