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공개 앞둔 대기업 등기임원 짜맞춘 듯 “3월 31일 하겠다”

입력 2014-03-27 02:05

연봉 5억원 이상 등기임원의 개별 보수 공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대다수 대기업의 연봉 공개 시점이 오는 31일 몰리는 등 ‘눈치작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시행된 자본시장법 개정법률에 따라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이 있는 기업은 사업보고서에 해당 임원의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 삼성, SK, LG, 효성 등 대다수 대기업은 12월 결산법인 기준으로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 마지막 날인 31일에 대거 등기임원의 연봉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로 각기 다른 시기에 임원 연봉을 공개할 경우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일부 고액 연봉자는 비난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지만, 여러 기업이 동시에 임원 연봉을 공개하면 관심의 초점도 분산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14일 주주총회에서 3월 말 제출할 사업보고서에 임원보수를 공개하겠다고 공지했다. 삼성전자는 31일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전자 등기임원 1명의 1인당 평균 연봉은 84억원으로 공시됐지만 개인별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들도 대부분 같은 날 임원 연봉을 공개할 전망이다.

LG그룹도 31일 지주회사인 ㈜LG와 LG전자 등 10개 계열사의 등기임원 연봉을 공개한다. LG는 오너인 구본무 회장과 구본준 부회장 등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최근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의 연봉도 31일 일제히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해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었기 때문에 제출 예정인 지난해 사업보고서에는 연봉이 기재된다.

조세포탈·배임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인 조석래 회장이 최근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효성도 31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키로 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등기임원인 현대차그룹은 아직 사업보고서 제출일을 결정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최근 현대제철 등기임원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연봉은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