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 바꿔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여기 중앙지검인데…” 계좌정보 빼내

입력 2014-03-27 02:03

“서울중앙지검입니다. 당신 명의가 도용돼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40분쯤 서울 노원구의 주부 최모(45)씨는 검찰 수사관이라는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우리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했다. 깜짝 놀란 최씨는 남성이 가르쳐준 가짜 대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해 계좌번호와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했다. 최씨가 사기임을 알아챈 건 통장에 예금돼 있던 470만원이 모두 빠져 나간 뒤였다.

같은 시각 조선족 장모(28)씨는 서울 중구 명동사거리 인근의 은행 두 곳에서 최씨 등 피해자 2명이 입금한 돈 1020만원을 인출했다.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골랐다. 그는 찾은 돈을 서울 영등포의 조선족 환전상을 통해 중국으로 보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장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카드전달책 복모(27)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평소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을 쓰던 장씨는 지난 17일 정체불명의 남성에게서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돈을 인출해 보내면 건당 10만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