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광화문 복원사업, 횡령·뇌물… 총체적 비리
입력 2014-03-27 03:32
경찰이 숭례문과 광화문 복원을 위해 국민이 기증한 목재 등을 횡령한 혐의로 신응수(71) 대목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화재청 공무원들은 문화재수리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6일 신 대목장을 숭례문과 광화문 복원 과정에서 문화재청 공급 목재 및 국민 기증목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문화재청 공무원 박모(42)씨 등 2명은 문화재수리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신 대목장은 2008년 광화문 복원공사를 위해 문화재청이 공급한 감정가 6000만원 상당의 금강송 4주(벌목한 그대로의 목재)를 빼돌리고 2012년에는 숭례문 복원공사에 써야 할 감정가 4200만원 상당의 국민 기증목 154본(다듬은 목재)을 다른 공사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금강송 횡령은 벌목 때부터 공사 진행 과정마다 감리사와 시공사가 촬영한 목재 사진 20만장을 경찰이 일일이 조사하면서 밝혀졌다. 벌목 때 찍은 금강송 사진을 확대해 창고에 있는 목재와 나이테 등을 대조, 그대로 창고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 대목장은 문화재청에 “나무가 부족하다”고 보고한 뒤 추가로 공급받은 목재를 자신이 갖고 있던 소나무와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경찰에서 “금강송은 다른 큰 공사가 있으면 쓰려고 보관하고 있었다”며 횡령 혐의를 시인했다. 국민 기증목 154본 횡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대목장은 또 자신이 운영하는 문화재수리업체를 경복궁 복원공사에 참여토록 하기 위해 문화재수리업체 J사 대표 김모(76·불구속)씨에게 2500만원을 주고 자격증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청 직원들의 뇌물수수 혐의도 포착됐다. 문화재청 6급 공무원 박씨는 2007년 12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월 50만원씩 1700만원을, 5급 공무원 최모(46)씨는 2007년 4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1100만원을 문화재수리업체로부터 받아 챙겼다. 다른 공무원 3명과 공사 자문위원 5명도 돈을 받았지만 300만원 이하 소액이어서 형사입건하지 않고 문화재청에 비위 사실을 통보했다.
김유나 이광형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