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의혹… ‘채동욱 수사’ 새 변수
입력 2014-03-27 03:31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婚外子) 의혹 수사가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검찰은 지난 6개월간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12)군에 대한 개인정보 불법 유출과 어머니 임모(55)씨의 개인비리 등 두 갈래 수사를 진행했다. 사실 관계 파악은 상당 부분 끝났고, 형사처벌 여부와 범위에 대한 판단만 남겨놓은 상황이다. 다만 삼성 계열사 자금으로 보이는 돈이 임씨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이 나오면서 수사 기류에 변화 조짐도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서봉규)는 채 전 총장의 고교 동창인 이모(56)씨가 임씨에게 송금한 2억원과 삼성 자금 간의 연결 지점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삼성 계열사에서 거액이 빠져 나간 것과 임씨에게 돈이 입금된 시점이 1∼2개월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씨는 2010년 6월 1억2000만원, 지난해 8월 8000만원을 채군 명의 계좌로 보냈다. 1억2000만원은 임씨가 당시 대전고검장이던 채 전 총장 집무실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직후에, 8000만원은 채군이 미국 유학을 떠나기 직전에 각각 입금됐다고 한다. 이씨가 임씨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채 전 총장의 ‘스폰서’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특히 2010년 4∼5월 삼성 어음 17억원이 현금화돼 이씨 계좌로 옮겨진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뒤 이씨에게서 임씨 측으로 1억2000만원이 송금된 점에 비춰 삼성 측이 이씨를 연결고리 삼아 채 전 총장에게 뒷돈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삼성 측은 “우리도 횡령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검찰에 이씨에 대한 수사도 요청했다. 이인용 삼성그룹 사장은 26일 “불미스러운 일에 회사 이름이 거론돼 송구스럽다”며 “사건의 본질은 이씨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것이며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전혀 모른다”고 밝혔다. 삼성과 채 전 총장은 무관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삼성 측이 뒤늦게, 그것도 검찰이 이씨의 수상한 금전거래 내역을 추적 중인 상황에서 수사를 요청한 배경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씨는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다 1999년 퇴직했으며 이듬해 삼성 자회사인 케어캠프에 입사했다. 1억2000만원을 송금한 2010년에는 케어캠프 임원으로 있다가 2012년 3월 해임됐다.
검찰은 이씨를 실체 규명의 핵심 열쇠로 지목하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몇 달간 잠적한 상태로 가족들 역시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를 출국금지한 데 이어 조만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조기룡)가 맡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검찰은 청와대가 지난해 6월 채군의 정보를 집중 수집한 사실을 확인했다. 총무비서관실 조오영(55) 행정관이 6월 11일 서초구청을 통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건네받았고 민정, 교육문화, 고용복지수석실은 같은 달 25일 이후 경찰과 학교,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정보 요청을 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비리 의혹에 대한 직무 감찰 차원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방법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 관계만으로 ‘직무 감찰’이라는 논리를 깨고 정보 수집 지시자들을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호일 노용택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