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깎아내린 오바마
입력 2014-03-27 02:56
미국이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을 긁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때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있던 러시아에 대해 ‘이제는 주변국들을 괴롭히는 존재가 됐다’는 식으로 작정한 듯 폄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세계 강국이 아니라 지역 강국에 불과할 뿐, 미 국가안보의 최대 위협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것은 힘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약하기 때문”이라며 깎아내렸다.
푸틴 대통령이 크림자치공화국을 합병한 것을 코소보 독립과 비교한 것에 대해서도 오바마 대통령은 “코소보 사례는 정부에 의해 수천명이 학살된 경우”라며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크림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그는 “크림에서 이미 일어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솔루션이 있다고 말한다면 정직하지 않은 태도”라면서 “러시아군이 크림을 장악하고 있고 크림 내부에 (합병) 과정을 지지하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으며 힘으로 그들을 쫓아낼 수 있다는 기대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법적·외교적 논쟁, 정치적 압력, 이미 시행에 들어간 경제제재, 그리고 (크림 합병으로 인한)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도록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자극을 받은 러시아는 몰도바의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군사훈련을 이어가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 지역은 최근 의회가 러시아에 합병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제2의 크림’ 발생이 우려되는 곳이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군 관계자를 인용해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주둔한 러시아군이 대테러 훈련과 기지가 습격 받을 경우를 대비한 훈련을 가졌다”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핵 보유 추진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에우게네 페레비니스 외무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는 핵보유국 지위를 갱신할 계획이 전혀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