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기 인도양 추락] 중국·말레이시아 ‘실종기 갈등’ 확산
입력 2014-03-27 03:43
악천후로 중단됐던 실종 말레이시아 여객기 MH370의 수색이 26일 재개된 가운데 말레이시아와 중국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의 미숙한 대응으로 인한 수색 혼란과 정보 은폐에 대한 불신이 공개 설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 겸 교통장관대행은 중국이 MH370의 남인도양 추락 발표에 대한 증거를 요구하자 즉각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전날 기자들에게 “중국이 남중국해에 대한 인공위성 자료를 내놨고 이 때문에 우리는 이미 수색했던 곳을 다시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나지브 라자크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24일 실종 여객기가 남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하자 중국 당국은 모든 정보와 증거를 제공하라고 요구했다. 실종자 가족들도 베이징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에서 격렬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말레이시아 당국에 대한 불만이 고조됐다.
말레이시아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감을 반영하듯 중국 정부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을 순방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특사를 말레이시아에 급파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외교부는 26일 “시 주석이 새로운 상황에 근거해 급히 중국 정부의 특사를 현지에 파견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정부 특사에게는 말레이시아 측과 관련 상황을 논의하고 사후업무 처리를 잘할 것을 요구하라는 임무가 부여됐다”고 설명했다. 리커창 총리도 사고조사 업무에 중국 전문가들을 참여시킬 것을 말레이시아 당국에 강하게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은 여객기 사고 대응을 둘러싼 양국 정부의 외교 갈등이 경제적으로 매우 밀접한 협력 관계인 양국 사이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실종 여객기 기장 자하리 아흐마드 샤가 실종 당일 정신적으로 조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1만8365 비행시간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인 샤 기장에게서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말레이시아항공의 동료 조종사는 뉴질랜드 일간 뉴질랜드헤럴드에 “샤 기장이 아내와 결별하고 만나는 다른 여성과의 관계도 문제가 생기는 등 심각한 가정 문제를 안고 있었다”며 “아내로부터 떠나겠다는 얘기를 듣고 상당히 격앙돼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샤 기장이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세계로 자신이 조종하는 비행기를 몰고 가기로 결심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사고 조사 소식통을 인용해 수사관들이 실종기가 누군가의 고의에 의해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호주 서부 퍼스 남서쪽 2500㎞ 해역을 중심으로 수색이 재개된 가운데 말레이시아 당국은 실종기 잔해일 가능성이 있는 부유물 122개를 포착한 위성사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