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日 소비세 4월 인상… ‘아베노믹스’ 죽느냐 사느냐

입력 2014-03-27 02:55

다음 달 1일부터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 인상을 앞두고 있는 일본의 소비자와 기업, 정부 등 각 경제 주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조금이라도 더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소비자는 미리 물건을 구매할 움직임이 보이는가 하면 기업도 이에 맞서 일찌감치 세금 인상분을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소비세 인상으로 어렵게 부양한 경기가 다시 식지 않을까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마련해 큰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2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소비세가 다음 달 1일부터 현행 5%에서 8%로 오른다. 2015년 10월에는 10%로 대폭 인상될 예정이다. 1989년 도입 당시 3%로 출발해 1997년 4월 현행 5%로 인상된 뒤 17년 만에 오르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움직임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국제사회와의 약속이기도 하다.

세금 인상을 바라보는 경제 주체의 시각은 다르다. 당장 10년이 넘는 불황을 겨우 넘긴 소비자들은 세금 인상에 따른 물가인상을 우려해 조금이라도 가격이 쌀 때 물건을 사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철요금 인상을 앞둔 도쿄의 신주쿠역 창구에는 통학정기권을 사려는 학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JR동일본이 3월 중 정기권을 살 경우 해당 정기권의 요금을 다 쓸 때까지 증세 전의 요금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영어회화 학원이나 자동차 운전면허 학원 등 각종 교습소도 수강료를 미리 납부해 세금 인상분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달 안에 이사를 마무리해 이사 비용을 줄이려는 사람이 늘면서 전(全) 일본트럭협회가 몰려드는 일감에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소비자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움직인다면 기업은 세금 인상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섰다. 청량음료 업체인 일본 코카콜라그룹은 올 1월부터 자판기용 콜라를 기존 120엔에서 130엔에 공급키로 했다. 자판기용 음료 가격 인상은 1999년 이후 15년만이다. 전화요금 역시 20년 만에 인상된다.

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는 시내 공중전화 통화시간을 현재 10엔당 1분에서 57.5초로 2.5초 줄일 방침이다. 시내전화요금 변경은 1994년 4월 10엔당 1분30초에서 1분으로 단축한 이후 20년만이다. 도쿄시내의 택시 기본요금도 710엔에서 730엔으로 오른다.

일본은 소비세 인상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이들에 대한 면세조치 확대안도 마련했다. 면세점에서 기념품을 살 경우 기존 소비세 면제대상이었던 가전제품과 카메라 외에 식품과 음료 담배 약품 화장품에 대해서도 면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2014 회계연도 중 집행이 예정된 관급공사와 비품 구입, 기금사업 등을 4∼6월에 40%이상, 상반기에 60%이상 집행키로 했다.

각 경제 주체의 노력과는 별도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부가 소비세 증세에 맞춰 5조5000억엔(약 57조7400억원)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교수는 “경제지표 성적이 부진하면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등 새로운 경제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물가상승과 함께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대규모 양적완화로 엔저 현상이 일어나면서 주변국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