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한·미·일 정상 만나는 날 동해로 노동미사일 발사… ‘북핵 불용’ 반발 존재감 과시

입력 2014-03-27 03:18


북한이 천안함 피격 사건 4주기이자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린 26일 새벽 평양 북쪽 숙천 일대에서 동해 쪽으로 노동계열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노동미사일 발사는 2009년 7월 이후 5년 만이다. 노동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1300㎞로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고, 핵탄두 탑재가 가능해 주변국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오늘 새벽 2시35분과 2시42분에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각각 1발, 총 2발을 발사했다”며 “이 발사체는 650㎞ 내외를 비행했고, 노동계열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발 모두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2006년 7월 5일과 2009년 7월 4일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발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의 북핵 불용 선언에 대한 반발과 함께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군 당국은 분석했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인 독수리연습(FE)에 대응한 무력시위로 북한은 최근 300㎜ 신형 방사포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단거리 로켓 등을 발사해 왔으나 이번에는 사거리가 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무력시위 강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천안함 피격 4주기 당일에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점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은 북한이 과거 노동미사일 발사 전후로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했다는 점에서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동일 북한 유엔대표부 차석대사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핵 억제력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4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교부 조태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번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거듭 무시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동맹국과 우방, 안보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700∼1000㎏으로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경량화에 성공했다면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노동미사일은 서해 쪽으로 이동시킨 뒤 차량에 장착된 이동식 발사대(TEL)를 이용해 발사한 점이 특이하다. 이동식 발사대를 장착한 차량은 수시로 옮겨다니면서 미사일을 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위성이나 지상 레이더로 사전에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군은 이번 노동미사일을 지상과 해상에서 동시에 탐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상의 그린파인 레이더와 해상의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이 오늘 발사된 북한의 노동계열 탄도미사일을 동시에 포착했다”고 밝혔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