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정치 앞세운 통합야당 행동으로 보여라

입력 2014-03-27 02:21

국민은 기댈 수 있고 기대 가능한 야당을 원한다

야권 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탄생은 과거의 야당 창당이나 통합과는 색다른 의미를 갖는다. 큰 선거를 앞두고 포장을 새로 하거나 세력을 결집한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새 정치’를 표방한 것은 처음이다. 신당의 주축인 민주당의 겉모습이 2000년 이후 무려 13번째 바뀌다 보니 식상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많은 국민들이 신당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형태의 새 정치 실현에 대한 기대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독자적인 신당 창당을 포기하고 민주당과의 통합을 선언했을 때 새 정치가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대세였다. 세력이 미약한 안 의원이 거대 야당의 먹잇감이 되고 말 것이며, 통합신당은 얼마 못 가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란 관측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앙당 창당대회를 치른 지금까지는 안 의원의 새 정치가 일단 순항하고 있다고 봐야겠다.

먼저 새 정강정책에서 당의 지향점을 오른쪽으로 옮겨 중도보수 세력을 끌어안으려는 시도는 잘한 일이다. 산업화 시대의 압축성장 성과를 인정하고 혁신적 성장경제를 추구키로 한 것은 지지층을 보수 쪽으로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다. 거기다 굳건한 한·미 동맹, 튼튼한 안보, 북한주민의 인권과 민생 개선 등을 포함시킨 것은 종북 논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정강정책은 합리적 보수를 강조해 온 안 의원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이 천안함 피격사건에 대해 변화된 모습을 보인 것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진다. 한정애 대변인은 천안함 4주기를 맞아 낸 공식 논평에서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비롯한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측에 사과를 요구한 것은 폭침의 주체가 북한임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창당대회 전 국립대전현충원의 천안함 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정부 주관 추모식에 참석한 것도 적절한 행보라 하겠다.

문제는 이런 변화된 모습을 계속 유지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6·4 지방선거를 겨냥한 일회용 정치 쇼로 끝나면 곤란하다. 새 정강정책의 경우 지속적인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통합야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면 소모적인 정쟁에서 손을 떼고 민생정치에 올인해야 한다. 국회에서도 국리민복에 도움이 되는 안건은 당의 이익과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처리해 주는 자세 변화가 필요하다.

새정치연합은 이질적인 세력이 한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정파 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당장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큰 분란이 일어날 수 있으며, 새 정강정책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의견대립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당 지도부의 강력하고도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이유다. 안 의원의 경우 수권능력을 갖춘 대선주자가 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