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재 공사로 私慾 채우는 세력 더는 없어야

입력 2014-03-27 02:01

숭례문·광화문 복원 공사가 대목장 문화재수리업체 공무원 자문위원이 얽히고설킨 복마전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6일 광화문과 숭례문을 복원하기 위해 공급된 금강송 4주(株)와 국민기증목 154본(本)을 횡령한 신응수 대목장, 신 대목장 등에게 자격증을 빌려준 문화재수리업체 J사 대표 김모씨, 시도 때도 없이 뇌물을 받은 문화재청 공무원 2명 등 관련자 17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뇌물수수액이 많지 않아 기관에만 통보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20명이 넘는다. 신씨는 광화문 복원용으로 문화재청이 공급한 금강송을 자신이 갖고 있는 소나무로 바꿔치기했고, 숭례문을 복원하라고 지급 받은 국민기증목을 다른 공사에 전용했다. 김씨는 자격증 8개를 불법으로 빌려주었고, 공사를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은 정기적으로 뇌물을 챙겼다.

총체적으로 문제투성이의 공사였던 것이다. 물고 물리는 비리 구조에서 숭례문과 광화문이 제대로 복원됐는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전통 목조가옥을 신·개축하는 목수라도 그 직업을 천직으로 알고 있다면 이처럼 비양심적으로 공사를 하지 않는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대목장이 국보 1호인 숭례문과 조선시대 정궁(正宮)으로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경복궁의 정문(正門)을 복원하면서 파렴치한 짓을 했다니 이해할 수 없다.

숭례문 복원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전통방식으로 못과 철물을 만들었다거나 목재를 다듬고 손질했다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화마(火魔)에 맥없이 스러진 국보 1호에 넋을 잃은 국민은 복원된 숭례문에서 기둥이 갈라지고 단청(丹靑)이 떨어져나가는 부실 공사의 현장을 보면서 분통한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이런 와중에 발표된 숭례문·광화문 복원 공사 비리 수사 결과는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관련자들을 엄벌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전국 주요 문화재의 관리 상태를 일제 점검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