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 없으면 시청률 뚝… 위기의 ‘무한도전’
입력 2014-03-27 02:23
올해로 10년째… 인기 하락 원인은?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첫 방송된 건 2005년 4월이었다. 프로그램은 방송 초기 시청률 부진에 허덕이며 존폐 기로에 섰다. ‘무모한 도전’→‘무리한 도전’→‘무한도전’ 순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고 멤버 교체도 계속됐다. 그러다 이듬해 ‘퀴즈의 달인’ 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인기를 얻었다. 이후엔 진정성이 묻어나는 각양각색 ‘도전’을 통해 전인미답의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2012년 발간된 ‘웃기는 레볼루션’은 ‘무한도전’ 열풍을 분석한 책으로 문화평론가 소설가 대학교수 등이 공저한 저작이다. 책에서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무한도전’을 이렇게 설명한다.
“‘무한도전’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극성은 도전에 실패한 자들, 또는 일시적으로 성공했지만 언제 닥쳐올지 모를 그 실패를 두려워하는 자들에게 필요한 위무의 판타지이다.”(39쪽)
실제로 ‘무한도전’은 웃음을 넘어서는 감동과 위로를 전하며 열광적인 팬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프로그램 인기나 화제성이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한도전’의 위기?…게스트 없으면 시청률↓=26일 시청률 조사기관 TNmS에서 따르면 최근 1년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방송분은 지난해 11월 2일 방영된 ‘자유로 가요제’ 마지막 편이었다. ‘자유로 가요제’는 ‘무한도전’ 고정 출연자 7명이 각각 기성 뮤지션과 팀을 이뤄 음악을 만든 뒤 공연을 연 내용. 당시 최종회 녹화는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진행됐는데, 관객이 3만5000명이나 운집해 화제가 됐다. 가요제 음악은 음원으로 출시돼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었다.
시청률 순위 2위와 3위도 ‘자유로 가요제’와 관련된 방송분이 차지했다. 연예계 ‘솔로 남녀’의 연말 파티를 다룬 ‘쓸.친.소’, ‘무한도전’ 멤버인 방송인 노홍철과 가수 길이 각각 모델 장윤주, 개그우먼 송은이 등과 가상 연애를 한다는 내용의 ‘if 만약에’ 편도 상위권에 올랐다.
그런데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무한도전’ 고정출연자 외에 게스트가 출연해 힘을 보탠 방송분이었다는 점이다. ‘무한도전’ 멤버만으로 꾸민 방송분 중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하와이 특집’ ‘관상’ 등 2편 밖에 없었다. ‘게스트 효과’에 ‘무한도전’ 인기가 좌우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무한도전’은 동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사실상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영된 ‘무한도전’ 방송분은 ‘불후의 명곡’(KBS2)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등에 밀려 동시간대 시청률 순위 3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 위기론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 가능하다. 가령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은 매달 설문을 통해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조사해 발표하는데, 그간 1위를 고수해온 ‘무한도전’은 지난달 발표에서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해당 조사에서 ‘무한도전’이 정상의 자리를 내준 건 지난해 2월 이후 1년 만이었다. ‘무한도전’은 지난 25일 발표된 같은 조사에서도 MBC 월화극 ‘기황후’에 밀려 2위에 랭크됐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은 프로그램의 수장인 유재석을 중심으로 크레파스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멤버들이 물고 뜯는 ‘캐릭터 쇼’”라며 “그런데 최근엔 캐릭터의 신선함이 떨어진 탓인지 출연자끼리 주고받는 ‘토크’의 재미부터 많이 사라진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위기설은 낭설”…만만찮은 반론=‘무한도전’의 위기를 말하는 건 성급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올해로 10년째 장수하며 쌓인 제작진과 출연진의 역량, 20∼30대 젊은층의 전폭적인 지지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봅슬레이나 프로레슬링 편과 같은,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무한도전’ 인기나 화제성이 다시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많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지난 22일 멤버들이 카레이싱에 도전하는 장기 프로젝트 ‘스피드 레이서’ 첫 회를 내보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무한도전’이 최근 들어 힘이 떨어졌다고 보기엔 무리인 측면이 있다”며 “‘무한도전’ 파워를 보여주는 아이템이 다시 나올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