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아빠들이여, 딸과 함께 보세요… 새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
입력 2014-03-27 02:09
‘딸 바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아빠들은 금이야 옥이야 길러낸 자신의 딸이 세상 누구보다 예쁘다고 자부한다. 이 세상 모든 딸은 아빠의 ‘공주님’이다.
명작 동화 ‘메리 포핀스’(1934)를 써낸 호주 출신 영국 작가 트래버스 부인(엠마 톰슨)도 어린 시절엔 아빠의 공주님이었다. 아빠 트래버스 고프(콜린 파렐)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딸 앞에선 항상 미소를 지었다. ‘메리 포핀스’는 요술을 부리는 유모가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착하게 만든다는 이야기. 동화 속 아버지 뱅크스는 트래버스 부인의 아빠인 고프, 그를 흉내 낸 분신이나 다름없다.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감독 존 리 행콕)는 ‘메리 포핀스’ 판권을 사기 위해 트래버스 부인을 20년간 쫓아다닌 월트 디즈니(톰 행크스)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디즈니는 어린 딸들이 좋아한 ‘메리 포핀스’를 영화로 만들겠노라고 자식들 앞에서 약속했다. 그는 트래버스 부인에게 이렇게 호소한다. “남자는 애들과 한 약속은 지켜야 해요. 난 한 번도 딸들과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었소.”
하지만 트래버스 부인은 디즈니의 구애가 마뜩찮다. 그는 디즈니가 영화를 만들면 ‘메리 포핀스’의 “캐릭터를 망치고 억지 해피엔딩을 만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에게 ‘메리 포핀스’는 힘들 때마다 의지가 돼준 작품이었기에 트래버스 부인은 원작이 어떤 식으로든 ‘가공’돼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세이빙 MR. 뱅크스’는 트래버스 부인이 ‘메리 포핀스’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경험하는 ‘힐링’이 주된 이야기다. 알려졌다시피 ‘메리 포핀스’는 실제 영화로 만들어져 1964년 개봉했다. 작품은 전 세계에서 1억20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트래버스 부인 역을 연기한 엠마 톰슨의 연기다. 얼굴에선 항상 짜증이 묻어나고 가슴 속 깊은 곳에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를 누구보다 섬세하게 그려낸다. ‘세이빙 MR. 뱅크스’는 손을 잡고 영화관을 찾는 부녀(父女) 관객이라면 누구나 큰 감동을 받을만한 작품이다. 다음 달 3일 개봉. 12세가.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