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줌마돌 ‘소녀시절’ 신선한데… 코드는 또 ‘섹시’

입력 2014-03-27 03:31


[친절한 쿡기자] 대한민국은 걸그룹 공화국입니다. 오늘도 밤하늘의 별처럼 수많은 걸그룹이 무대 위에서 ‘반짝’ 주목을 받고 사라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아줌마 걸그룹이 나왔습니다.

‘줌마돌’로 불리는 4인조 걸그룹 ‘소녀시절’이 주인공입니다.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아닙니다. 평균연령 34세. 멤버 모두가 이미 결혼을 한 신인 걸그룹입니다. 소속사는 SM엔터테인먼트가 아닌 SC엔터테인먼트입니다.

평균 키 170㎝, 단단하게 다져진 몸,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앳된 얼굴 등이 일단 눈길을 끌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했거나, 아직 고등학생인 10대 걸그룹에 못지않은 소녀시절의 비주얼은 대중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아줌마의 관능미를 강조한 콘셉트로 상당히 실험적이었죠.

짧은 치마와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을 입은 멤버 네 명이 나란히 등장한 앨범 재킷은 26일까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오르내렸습니다. 본격적인 활동은 디지털 싱글 ‘여보 자기야 사랑해’를 공개한 지난 25일 시작됐습니다. 하루 만에 사라진 다른 걸그룹들보다는 성공한 셈입니다. 주부가 남편 몰래 걸그룹 데뷔를 준비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 ‘댄싱퀸’을 연상케 하는 뮤직비디오도 같은 연령층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대중의 반응은 기대 이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신선하다” “가능성이 보인다” “천편일률적인 걸그룹 사이에서 돋보인다”는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한마디로 ‘튄다’는 겁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데뷔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중·고교생 나이의 소녀들이 방송이나 무대에서 엉덩이를 흔드는 모습을 보기 불편했는데 연령을 높여 좋은 대안을 제시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발 단계에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것일까요. 벌써부터 “싫증난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에 대한 엇갈린 전망도 적지 않습니다. 아줌마의 성숙한 ‘관능미’를 앞세워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인기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인 겁니다.

“부담스럽다” “노골적으로 상업적이다”라는 의견은 바로 이겁니다. 10대 소녀든 30대 아줌마든 대중의 관심을 받기 위해서는 섹시 콘셉트를 앞세워야 하는 우리 대중문화의 현실이 씁쓸하다는 것이죠. 노래실력으로 어필하는 모습이 보고 싶다는 겁니다. “가창력이 좋으면 왜 30세를 넘겨서 데뷔한 거냐”는 ‘쌀쌀맞은’ 댓글이 왜 달렸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