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진 목사의 시편] 자발적 불편운동
입력 2014-03-27 02:35
‘자발적 불편운동’이란 내가 조금 손해 보고 희생하며 불편함으로써 남이 더 즐겁고 편하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힘들고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다른 이들의 불편과 아픔을 공감하며 나누자는 선한 뜻이 소위 ‘자불운동’의 정신이요 사상이다.
자불운동은 우리가 먼저 배려와 섬김을 실천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거룩한 영향을 끼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지도력들, 높은 가치를 지니고 사는 믿음의 사람들이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사는지를 삶으로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개인주의에 젖어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운동은 어쩌면 어리석고 둔하며 바보스럽게 보일지 모르겠다.
이기주의가 만연한 세상에서 과연 누가 동참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 못해도 이런 생각을 하며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귀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얼마 전 서울의 한 고층아파트에 ‘배달원들은 승강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시오. 어길 시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경고문이 붙었다고 한다.
잦은 고장과 높은 전기요금, 무엇보다 이른 아침 출근하거나 새벽기도회를 가는 주민들이 승강기 이용에 불편을 겪어 부득이 그렇게 했다는 것이 관리소 측의 해명이다. 분초를 다투는 현대인들의 생활 특성을 고려한다면 일리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한 번만 더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른 아침 우유나 요구르트, 신문을 배달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의 삶이나, 일분일초라도 더 빨리 물품을 전하려 하는 택배원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힘들까를 조금만 공감하고 배려할 수 있다면 그런 경고문까지 붙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새벽기도를 간 그들이 그 아침 무슨 기도를 할까. 그토록 조급하게 출근하는 그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할까. 수십 층 고층 아파트를 계단으로 오르내리며 업무를 수행하는 배달원과 택배원들에게 승강기를 내어주는 작은 배려가 곧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밝고 명랑하게 만들지 않을까. 장애인과 노약자, 어린이와 연약한 사람, 객과 고아와 과부,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우리가 먼저 다가가 자발적 불편운동을 실천함으로써 손 내밀고 섬겨주며 나누고 베풀고 도와준다면, 조금만 덜 가지고 덜 누리고 욕심을 자제한다면 세상은 훨씬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화려하고 근사한 장식의 높고 우아한 빌딩을 자랑하기보다 낮고 소박한 마음으로 가난하고 힘들어하는 이웃을 찾아가는 자발적 불편운동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고 성도가 되면 좋겠다. 눈부신 미모와 고학력, 높은 연봉, 고급 승용차 등 찬란한 스펙도 좋지만 참으로 영원한 가치는 이 땅에 두고 갈 그러한 것들이 아니라 영혼과 정신, 육체를 풍요롭고 기름지게 만드는 섬김과 나눔이 아닐까.
<수원중앙침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