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강섭의 시시콜콜 여행 뒷談] “나, 광어야”
입력 2014-03-27 02:15
한 상 차려진 모둠생선회를 볼 때마다 무슨 생선일까 궁금했던 적은 없습니까? 광어와 우럭을 비롯해 도미, 농어, 방어, 숭어 등 계절마다 식탁을 풍성하게 하는 생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활어를 보고도 생선 종류를 잘 모르는 문외한들에게 가늘게 썬 하얀 살점이 뭔지는 퍼즐 맞추기보다 어렵습니다. 더구나 맛을 보고 생선의 종류를 알아맞히기는 더욱 힘들지요.
얼마 전에 통영 강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생선 횟집을 찾았습니다. 이런저런 생선회를 한번에 맛보고 싶어 모둠생선회를 주문했습니다. 얼마 후 식탁에는 돔, 광어, 돌돔, 우럭 등 생선회와 함께 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멍게, 해삼 등이 한 상 차려졌습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생선횟집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은 생선회가 차려진 나무접시에 생선이름과 생선그림이 새겨진 이쑤시개 크기의 깃발을 꽂아 놓았습니다. 종업원들에게 생선 종류를 일일이 물어볼 필요도 없고, 생선 이름이 뭔지 알고 먹으니 맛을 음미하고 기억하기에도 좋았습니다. 통영시에서 통영의 음식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아이디어라고 하더군요.
몇 년 전 충주 수안보온천의 산채음식점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식탁에 차려진 산채가 30종이 넘는데다 꼬들꼬들하게 말린 산채로 버무린 음식에선 모습이 특이한 고사리 정도를 제외하고는 겉모습이나 맛으로 산채 종류를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음식점은 특이하게도 산채 이름이 새겨진 접시에 반찬을 담아 서비스하고 있었습니다. 음식점 벽에는 산채 사진도 붙어 있어 숲 속에서 현장체험을 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우리나라는 산, 바다, 들에서 나는 식자재가 다양하고 조리법이 발달한 음식공화국입니다. 10여년 전부터는 한류바람을 타고 한식 메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음식 이름을 제대로 알고 즐기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한해 12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서라도 한글과 영어 음식 이름이 병기된 깃발과 접시가 전국 방방곡곡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박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