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식 前 통일부 차관 발언 “6·15선언문은 남북 정상이 즉흥적으로 만든 것”
입력 2014-03-26 04:01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25일 6·15남북공동선언문에 대해 “두 정상이 뚝딱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만남 때 실무자로 배석했고, 2011~2013년 통일부 차관을 지냈다.
김 전 차관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통일경제교실’ 모임에서 한 강연을 통해 당시 정상회담이 즉흥적이었던 이유를 ‘북한체제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회담 의제조차 사전에 조율되지 않았다”며 “북한 내부에 김 위원장을 대신해 그런 일(조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유일영도체계’인 북한에서 권한을 위임받은 북측 인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김 전 대통령도 의제를 모르고 방북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차관은 회담 준비를 위해 만났던 실무 책임자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처형된 장성택 등을 거론하며 “누구 하나 재량권이 없었고 뭘 합의하고, 뭘 협의할지 결정을 못했다.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고 어리바리하게 굴었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1차 정상회담의 성격에 대해서는 “사전에 상대 실력이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검승부를 한 것”이라며 “두 정상이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든 것이 6·15남북공동선언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대단히 영리하고 능수능란한 사람’ ‘주도적이고 압도하는 분위기로 회담을 주도한 인물’ 등으로 묘사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읽어봤다면서 “(김 위원장이) 무뎌지고 한풀 꺾였더라. 1차 회담 때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K실장’으로 불리며 대북 비밀접촉을 담당했던 김 전 차관은 “이명박정부에서도 정상회담 논의가 있었다”며 “남쪽 입장에서 큰 유혹인데 이 전 대통령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 11월 개성에서 북한 원동연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고, 북측이 2011년 5월 폭로한 베이징 비밀접촉 당사자로도 거론됐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