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네덜란드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이 ‘신뢰 외교’ 독트린을 다시 한번 세계 각국 정상들에게 알리는 기회였다. 직전 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행한 개막식 연설은 북한의 핵개발 위험성이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의 핵 안보·군축·비확산 차원의 의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계기였다.
특히 북핵이 핵무기에 의한 전면 전쟁뿐 아니라 제2의 ‘체르노빌 사태’로도 번질 수 있다고 강조한 대목은 53개 참가국 정상과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대표들로부터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얻어냈다. 북핵 문제를 세계 각국의 보편적 공감대로 격상시키는 성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다.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의 ‘파일럿 프로젝트(시범사업)’같이 만들어 여기서부터 핵무기 없는 세상이 시작된다는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한 언급이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를 그대로 요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두 번에 걸친 본회의 발언에 대해 이번 회의 의장인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분명하고 현명한 대응 방안”이라고 호응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기간 중 핵 안보 의제뿐 아니라 미·중·일 등과 양자 또는 3자 정상외교를 진행하고,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담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과거사 왜곡 문제로 취임 후 1년 넘게 만나지 않았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대화 테이블에서 대면한 것도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외교는 국내외에서 상당히 긍정적 평가를 받아 왔다. 전통적인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이전 이명박정부와 달리 ‘시진핑(習近平) 중국’과의 밀월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본 아베 정권과는 역대 최악의 한·일 관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과거사 문제로 인해 진전이 없는 답보상태였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성사 자체가 박 대통령의 ‘원칙 있는 압박’ 전략이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과거사 반성 없이 한·일 관계 진전은 없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아베 총리로부터 고노·무라야마담화 계승을 천명토록 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는 일본을 자제시키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시 주석을 직접 만나 ‘한국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반자’임을 상기시키면서 대중국 관계를 관리하는 다중 포석도 뒀다.
한편 참가국 대표들이 통과시킨 ‘헤이그 코뮈니케’에는 핵 안보 강화뿐 아니라 테러리스트들의 불법적 핵물질 및 방사능 물질 취득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핵정상회의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는 핵물질이 탈취됐다는 가상 하에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근거 없는 테러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을 전제로 각국 정상들이 핵 방호 대안을 제시하는 가상 시나리오 토론이었다.
헤이그=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헤이그 핵안보정상회의 성과와 의미] 朴대통령 ‘신뢰외교’ 독트린, 전 세계 정상에 알렸다
입력 2014-03-26 04:01 수정 2014-03-26 1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