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서 거론된 규제 모두 푸나] 안행부 ‘주민반대 호텔 건립 승인’ 영등포구에 권고

입력 2014-03-26 04:01


정부가 규제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 중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다고 해서 합리적인 규제까지도 서둘러 폐지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5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27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및 투자 관련 규제 개선안을 상정해 향후 추진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행령이나 행정규칙,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상대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과제들이 우선 고려 대상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규제는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중장기 검토 대상으로 분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 당국은 전수조사로 파악한 그림자 규제 800여건에 대한 개선안을 추진한다. 역차별을 받아온 토종 사모펀드(PEF)가 여러 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표적인 ‘나쁜 규제’로 지목된 공인인증서 관련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관련 끝장토론’에서 행정 규제 사례로 소개된 사례에 대한 개선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끝장토론에서 지적을 받은 ‘푸드트럭’ 관련 규제를 5일 만에 고치기로 했다. 국토부는 “소형 트럭을 이동식 음식판매 차량으로 구조변경(튜닝)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의뢰를 안전행정부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7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음식을 조리해 판매할 수 있도록 소형 트럭을 개조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토부는 ‘규제총점관리제’를 도입하고 2017년까지 규제를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안행부도 이날 제6차 지방규제개선위원회를 열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로 136 일대에 추진하고 있는 관광호텔 사업계획을 조속히 승인할 것을 인허가 기관인 영등포구에 권고했다. ㈜한승투자개발(이하 한승)과 케이투호텔㈜은 지난해 3월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 인접 2개 필지를 매입해 관광호텔 2개동 건립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호텔 건립계획은 학교보건법 규정에 막혀 차질을 빚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에서 50~200m 거리의 상대정화구역 안에는 호텔 등의 건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들어 승인을 해주지 않았다. 사업주는 행정심판까지 간 끝에 유흥주점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교육 관련 규제를 간신히 통과했다. 이런 와중에 호텔 건축 예정지는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터로 남아 있다. 한승의 호텔 건립계획은 이제 구청의 인허가 관문이 남아 있지만 주민 반대가 여전해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신아파트를 비롯한 인근 7개 아파트 입주자 대표협의회는 호텔 건축 예정지 부근에 당산초등학교 등 5개 학교가 있고, 아파트단지 등 주거 밀집지역인 데다 교통체증이 우려된다는 이유 등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호텔 부지는 당산초와 직선거리로 170m, 양평한신휴플러스 아파트단지와 40m가량 떨어져 있다. 부지 바로 뒤편에는 어린이집도 있다. 주민들은 관광호텔로 건립되더라도 나중에 러브호텔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통령 주재 끝장토론 이후 공직사회에 ‘규제 폐지는 선(善)’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게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라동철 권기석 기자, 세종=백상진 기자 ra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