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눈물겨운 對美 입법 로비

입력 2014-03-26 02:25


우리 정부가 미국 내 한국인 전문직 비자쿼터(할당량)를 늘리기 위해 올해에만 로비 업체 2곳을 신규 고용하는 등 외교력을 집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내 전문직 비자쿼터를 1만5000개까지 확보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한 데 따른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확정된 것처럼 알려진 일이 로비까지 동원해야 할 정도로 진통을 겪는 데 대해 졸속 협상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미 법무부가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공개한 문서들을 보면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달 대관업무 전문 업체인 코너스톤 가버먼트 어페어즈를 고용, 미국 내 한국인의 ‘E-4’ 비자 추가 확보를 추진 중이다. E-4 비자는 미국 내 한국인 전용 전문직 취업비자를 뜻한다. 코너스톤은 “한국대사관을 대리해 E-4 비자 프로그램의 신설에 따른 혜택을 하원 의원 구성원들에게 교육하겠다”고 신고했다.

한국대사관은 지난 1월에도 홍보 전문 업체인 핀 파트너스를 선임, 전문직 비자 프로그램의 지원 역할을 맡겼다. 핀 파트너스는 “봉사활동과 전문 홍보로 전문직 비자 프로그램을 지원하겠다”고 신고했다. 우리 정부는 코너스톤에 매달 3만 달러, 핀 파트너스에 매달 2만5000달러를 주고 있다.

전문직 비자쿼터 확대를 위한 대미 로비는 국내 민간 기업을 통해서도 진행 중이다. 미 상원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분기마다 1만 달러씩 미 의회 등에 고정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액수가 크지 않으며, 국가를 위해 좋은 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별도의 전문직 비자를 늘려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협조 취지의 구두계약만 이끌어냈을 뿐 협정문에는 명기하지 못했다. 의회의 관할 사항이므로 행정부에는 협상 권한이 없다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처음부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2011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검토 보고서에서 “가능성이 거의 없는 사안을 우리 정부가 과도하게 홍보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FTA 발효 2년이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이 문제에 세금을 들여 로비를 해야 한다는 점은 당시 협상이 잘못됐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